존엄성을 잃은 교단에 봄은 오는가

by 바보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체육 수업 중 학생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교사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병상에 누워있을 피해 교사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범행 동기는 우리 교육 현장의 위태로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듯해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생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그 폭력성의 정도가 심각하며, 교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수업 중인 교사를 향해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수차례 휘두른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더욱이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은 피해 교사에게 씻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더 큰 위기는 이러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시험 문제 풀이 중 오답처리된 문제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른 초등학생 사건, 학교폭력을 제지하던 교사가 오히려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리는 황당한 사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고등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 등, 교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교육 현장의 절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7월,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교권 보호를 위한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실질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컸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마치 그때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듯, 최근 제주에서 한 중학교 선생님께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우리 곁을 떠나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2년 전의 그토록 처절했던 외침 이후에도 비극적인 참사가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은,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 채 폭력과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당시의 문제 인식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고통스럽게 증명합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는 결코 스승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나 권위주의를 강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고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이라는 사회적 기능의 숭고한 가치를 알았기에, 그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스승에게 직무를 수행할 힘을 실어주고자 했던 깊은 지혜의 발로였습니다. 스승에 대한 존중은 곧 교육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였으며, 이를 통해 교육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 현장은 어떻습니까?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승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끄는 존엄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마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적 존재, 때로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해야 하는 '을'의 위치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입니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위협받는 현실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교사의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는 교실에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 역시 진정한 배움의 기쁨이나 전인격적인 성장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즉, 교권의 추락은 단순히 교사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교육이라는 사회적 기능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사회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잇따르는 교권 침해 사건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좌절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피해 교사에 대한 모든 차원의 지원, 그리고 목격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심리적 치유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제는 서이초 사건 이후 잠시 들끓었던 여론에 편승한 미봉책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진정으로 실효성 있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역할을 다시금 깊이 되새기고, 스승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스승에 대한 예의는커녕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짓밟힌 이 절망적인 교실이 다시금 안전한 배움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결단이 절실한 때입니다. 교실의 위기는 한 교사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우리 아이들의 위기, 우리 사회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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