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적이, 분명 몇 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부서지더라도 나아간 적 역시, 몇 번은 있었을 테지.
다만 밀려오는 생의 초라함이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지금 허우적대는 까닭은, 너무 허투루 살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너무 부지런히 살았기 때문인가.
이유야 어쨌든 이미 허리까지 들어찬 물을 차마 퍼내지도 못하고.
해파리인듯 유영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면.
시지프스는 돌을 나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는 왜 초라해지질 않지.
2021. 10.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