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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Oct 20. 2021

사색(死色)이 된 얼굴로 사색(思索)을 해본들

“인생은 조금의 예외도 없이, 원래 개같은 겁니다.” 아메리카노를 씹으며 그가 말했다. “사는덴 말이에요. 척도라는 게 없어요. 열심히 산다고, 다 잘 살고 잘 될 거 같아요? 대충 살면? 그러면 뭐 속편할 거 같아요? 그랬으면 진작에 다들 행복하게 살았겠죠. —-그래서 순간만이 중요한 거에요. 순간만이. 인생이니 삶이니 어차피 그딴거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이 말입니다. 성공? 행복?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려면 일단 살아봐야하잖아요. 끝을 봐야 알 수 있는 걸, 왜 벌써부터 목을 거냔 말예요.그럴 시간에, 치즈케잌이라도 하나 먹던가 그래요.


때로 인생이 망가져 가는 거처럼 느껴질텐데, 그게 전부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만큼 오만한 것두 없어요, 알아요?

우리는요. 어떻게 보면 하루살이만도 못해요. 단 몇 초, 몇 분, 몇 시간의 분위기로 꾸역꾸역. 간신히 숨만 붙여놓은 거라구요.


중요한 건, 그래도 그 몇 초의 순간에 우리는 영원을 느낀다는 거죠. 그렇게 보면, 개같은 인생도 아 조금은 살만한가? 하고 착각하게 되는 거고.


—-암튼 그래서 말인데, 치즈케잌 하나만 먹읍시다. 여기 맛있어요.”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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