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감을 어떻게든 처리해보려고 아등대다보니 이렇게 한 해가 또 갔더라죠.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어쩌면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마저 지레 외면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올 한해는 요컨대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이 많이 밀리면, 자기 반추를 놀이처럼 하게 되거든요.
후회스런 순간도 있었고, 잘 했다 싶은 순간도 있었고, 부끄러운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제각기 다른 평가의 순간과 기억 속에서도 일관되게 남은 것이라면-이제는 정말 뻔하지만-사람이더군요.
조금 더 좋은 사람. 사랑할 줄 알고, 애틋할 줄 알고, 소중한 것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사람.
제가 그런 사람이었는지, 나아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몇의 의문이 있으나.
그동안 만났던 여러분들은, 진실로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지난 시간을 되감아 보며 확신했습니다.
덕분에 초라해질 시간들도, 차마 잊히지 못할 순간들로 장식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되고 싶은 바에 수렴해간다고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닮아가겠습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아프지 말고, 다들 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