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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공 김낙범 Oct 29. 2024

꿈이 있었는가?

공원에서 축구 연습하는 아버지와 아들 

잔설이 남은 공원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공터 한가운데,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찬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공을 굴렸다.


"몸의 중심을 잃지 말고, 공에 바짝 붙어야 해. 그리고 드리블할 때도 주변 상황을 살펴야 해."


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들은 공을 차려고 애썼지만, 조금 힘겨워 보였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뒤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봐, 공이랑 몸이 따로 놀고 있잖아. 이렇게 하면 안 돼.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공을 조종해야 해."


잠시 쉬고 있는 아이를 보고 나는 다가가 물어보았다.


"너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혹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거야?"


"네!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대화를 듣고 있던 아버지는 미소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아들이 이미 훌륭한 축구 선수로 성장해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 잠시 나는 아이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속으로 '저 아버지도 손흥민 아버지처럼 열심히 아들을 훈련시키려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자꾸 축구하는 아이가 생각났다. 내 어린 시절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아버지의 꿈을 따라 은행원이 될 뻔했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부터 아버지는 나를 세뇌시키듯 말씀하시곤 했다.


"너는 장차 은행원이 돼야 한다. 은행원이 돼야 잘 살 수 있어."


아버지는 황해도가 고향이었다. 1.4 후퇴 때 피난 나와 돌아가지 못한 채 이발소를 운영하셨다. 은행원은 당시 최고의 직업 중 하나였다.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었으니, 나를 위해서도 그 꿈을 꾸신 거였다. 그래서 나도 상고에 들어가 은행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았다. 매일 주판을 튕기고, 장부 기장법을 배우며 공부를 이어갔다.


어느 날, 학교에서 학생 기자로 활동할 때였다. 은행에 근무하는 선배를 취재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은행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며, 후배들에게 해줄 좋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그런데 선배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말도 마. 이 일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하는 일 같아. 매일 돈을 세는 일 뿐이야."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은행 생활이 그렇게 힘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은행에서 하는 일은 단순해. 매일 돈을 세고, 숫자를 맞추는 일이지. 사람으로서 행복을 느낄 수가 없어."


그날 집에 돌아와 깊이 생각했다.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 


아버지의 바람대로 상고에 가서 은행원이 되기 위한 준비 해왔지만, 그것이 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저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 살아왔던 것이다.


그 후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부모님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부모님을 학교로 부르셨다.


"아이가 최근 성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집에서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말없이 회초리를 드셨다. 난생처음 맞는 매였다. 아버지는 내 종아리가 새빨갛게 변할 때까지 때리셨다.


"왜 성적이 이렇게 떨어진 거야?" 


아버지는 화난 목소리로 물으셨다.


"저는 은행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대학에 가고 싶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우리 형편에 대학 보내기가 쉽지 않다. 네가 대학에 가고 싶으면 막노동이라도 해서 네가 알아서 해라."


그때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은행원이 되기 싫다고 고집부렸다. 그날, 아버지는 그토록 싫어하시던 술을 드시고, 도랑에 빠져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끝내 아버지를 원망했다.




꿈이 없는 사람과 꿈을 가진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이 다르다. 꿈을 가진 사람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 하지만 꿈이 없는 사람은 마치 어딘가에서 표류하는 배와 같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떠밀려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을 꾼다. 부모를 닮고 싶어 하기도 하고,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들의 꿈은 순수하다. 누구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구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한 꿈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해갈 수도 있지만, 그들이 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진지하다.


아이들에게 꿈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꿈을 가진 아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힘을 얻을 테니까.


며칠 후, 나는 다시 공원에 갔다. 축구하는 아이와 아버지는 여전히 공터에서 훈련 중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드리블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아이는 땀을 닦으며 웃었다. "네, 아빠랑 더 연습했어요!"


대답을 듣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구나.'


나는 아이가 성장하며 꿈을 이루기를 바랐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그들을 위해 힘껏 응원하기로 결심했다. 


자녀의 장래에 대한 꿈을 지지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믿어주세요. - 루시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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