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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미래와 공유 – 글쓰기 취미가 나아갈 길

by 무공 김낙범

내 취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이 있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나는 처음에 나를 위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포스팅을 하자 이웃들이 보기 시작했다. 이웃들은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쓰면서 내 글 본다. 이제는 글쓰기가 더 이상 나만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누군가는 “취미는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취미는 생계와 무관하게, 오롯이 즐거움만을 좇아가는 순수한 여가의 활동이다. 그러나 취미가 일정한 깊이를 지나고 나면, 이처럼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게 된다. 취미는 곧 삶의 철학이 되고, 일상의 기록이 되며,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가 된다.


그렇다면,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으로서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공감의 단어들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른 속도, 단편적인 정보, 자극적인 콘텐츠들 사이에서 인간적인 말 한마디, 따뜻한 문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런 때일수록, 글쓰기는 치유의 힘을 갖는다.


취미로 쓴 짧은 에세이 한 편,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 슬픔을 견디는 법,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법, 실패 앞에서 나를 다독이는 태도. 이런 이야기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내가 겪은 감정의 결들을 솔직하게 나눌 때, 그 글은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은 작지만 강한 연결의 힘이다. 글은 그렇게 낯선 이의 마음에도 조용히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늘 ‘전문가의 말’을 찾는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생활인으로서의 ‘경험자의 이야기’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기록하는 일은 결국 ‘살아본 자의 증언’을 남기는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일들을 글로 적어 알리는 것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 육아와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과정, 혹은 퇴근 후 시작한 작은 텃밭 일기까지. 이런 이야기는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참고서가 된다.


글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겪은 어려움, 선택, 깨달음이 누군가에게는 방향이 된다면, 그것은 작은 사회적 기여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서의 글쓰기는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품게 만드는 힘이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 결과물은 ‘우리’를 향해 갈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의 풍경, 동네 책방의 이야기, 작은 시장 골목의 변화, 이런 주제를 담은 글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요즘은 SNS나 브런치, 스레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글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을 바탕으로 소규모 글쓰기 모임을 만들거나, 동네 도서관에서 에세이 낭독회를 열 수도 있다.

“이런 취미도 사회적 가치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 앞에서 망설일 필요 없다. 글은 이미, 누군가와 나를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쓴 글들은 내 삶의 흔적이자 기록이다. 디지털 노매드 시대라 불릴 만큼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삶의 기록’은 하나의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남겨주는 한 권의 책,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 작가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 혹은 나이 든 이후의 성찰을 담은 단상들. 이것은 모두 ‘유산’의 성격을 띤다. 돈이 아닌 마음과 생각, 삶의 태도를 나누는 유산. 내 글이 시간 속에서 오래도록 읽히며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세상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 것이다.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다는 건 참 묘한 일이다. 조용히 혼자 하는 일이지만, 그 여운은 멀리까지 퍼진다. 오늘의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위로받았고, 내일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희망을 얻을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대단한 업적만은 아니다. 어떤 날은 진심 어린 글 한 줄이,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우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보자.
“이 취미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취미를 통해 누구와 연결될 수 있을까?”

그 답은 늘, 글 속에 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이 닿는 그 모든 곳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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