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삶

002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부끄럽지 않게 정직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출세의 길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불우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반면,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는 자는

당장은 대접받으며 득의양양한 생활을 할지 몰라도

그것이 결코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한때 불우하고 고독할지언정

영원히 불쌍하고 처량해질 일은 피해야 한다.

- 초역 채근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과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을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패기 가득했던 젊은 시절,
직속상관의 잘못을 정직하게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응시하더니
그날 이후,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랫사람,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사람에게 지적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겠지요.


솔직히 말해
나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불쾌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일로 나는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결국 승진에서도 누락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나는 옳은 일을 했는데,
왜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걸까?’


그 뒤로는
윗사람의 잘못을 보아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나를 돌아보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속이고
양심과 타협한 순간들이 분명 존재했으니까요.


채근담은 말합니다.

“정직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출세의 길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불우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나는 그 말을 온몸으로 겪었기에 너무도 잘 압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한 구절을 깊이 새기게 됩니다.

“차라리 한때 불우하고 고독할지언정,
영원히 불쌍하고 처량해질 일은 피해야 한다.”


지금은 압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조금 외롭더라도
정직하게 살아야
결국 부끄럽지 않은 얼굴로
내 인생의 끝에 설 수 있다는 걸.


정직함은 속도가 느린 미덕입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멀리 가는 미덕이기도 합니다.
지금 잠시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이 글을 통해 작은 위로를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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