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단상: 시즌2 ⑥ ― 옥상에서, 구조는

_도시와 하늘 사이의 비어 있는 설계

『퇴근길 단상: 시즌2 ⑥ ― 옥상에서, 구조는 끝나지 않는다』

― 도시와 하늘 사이의 비어 있는 설계



퇴근길, 나는 오늘 옥상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14층까지만 운행되고,

옥상 문은 언제나 반쯤 열린 채였다.


낮에는 무단출입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밤이 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곳엔 사람도 없고, 말도 없었다.


물탱크와 통신 안테나, 간이 창고,

그리고 누군가 시공 중에 놓고 간 시멘트 자루 하나.

하지만 나는 그 빈 공간에서

도시가 가장 깊고 조용하게 숨 쉬고 있다고 느꼈다.



예전, 설계자로 일할 때

옥상은 언제나 마지막 항목이었다.


기초도, 골조도, 인면도도 모두 끝난 뒤

구조 검토, 방수 처리, 기계 설비의 수정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손댈 수 있는 평면.


어떤 도면에선 아예 생략되어, 배치도의 주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옥상은 가장 끝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잠시 멈추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여백처럼 다가온다.



도시는 아래에서부터 층층이 쌓인다.


기초를 세우고, 벽을 올리고,

슬래브를 덮고, 마감을 입히고,

그 끝에 남는 평평한 콘크리트 한 장.

옥상.


사람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전화를 받고,

아무 말 없이 도시를 바라본다.



옥상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장소이자,

가장 낮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무언가를 하러 간 게 아니라,

무언가를 멈추러 가는 장소.



나는 그곳에서 자주

내가 설계했던 구조들을 떠올린다.


한때는 벽선 하나에 집착했고,

기둥 위치 하나로 밤새 도면을 수정했고,

누군가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을

설계자의 자존심을 지키려 애썼다.



옥상에 서면

그 모든 게 조금씩 멀어진다.


도면 밖으로 빠져나간 구조,

삶 속에서 벗어난 규정,

그리고 지나간 나.



나는 더 이상 도면을 넘기지 않지만,

여전히 도시 위에서 문장을 짓는다.


그 문장은 옥상 같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말.


하지만 그 위엔 바람이 닿고,

저녁빛이 닿고,

어쩌면 누군가의 무거운 하루가

잠시 내려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옥상은 설계의 끝에서 열리는

유일한 무계획이다.


그래서일까.

그곳은 설계자에게

유일하게 복구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퇴근길,

나는 오늘 옥상에 앉았다.


차가운 콘크리트에 등을 기대면

서서히 올라오는 열기.


바람은 아무런 구조 없이 지나가고,

도시는 낮은 소리로 아래 펼쳐졌다.



이곳에서라면,

나는 끝이 아니라

다음 구조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구조는 멈추지 않는다.

옥상에서조차.





2025.06.20.


구조의 마지막 층에서, 바람과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근길 단상: 시즌2 ⑤ ― 환기구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