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대, 긴 밤의 끝에서]

― "그대, 긴 밤의 끝에서"


나는 오래된 카페 게시판을 다시 열어본다.

프레임이 삐걱거리고,

낡은 목재의 가느다란 균열 사이로 먼지가 배어 있다.


마치 오래전에 지어진 학교의 창틀 같기도 하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미세하게 떨리는 철제 사물함의 문짝 같기도 하다.



글은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떠났고,

그들의 흔적은 마치 사라진 도시의 교통망처럼


불 꺼진 채 버려져 있다.

단지 오래전, 누군가가 남긴 문장들만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대, 긴 밤의 끝에서 마침내 평안을 찾은 것이냐.”



어느 날,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처음엔 그저 구절 하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장은 뼈대처럼 단단했고,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설계된 구조처럼 느껴졌다.



그대.

긴 밤.

끝.

마침내.

평안.

그리고 묻는 말.



문장은 말보다 느렸다.

소리가 되기 전에, 문장은 건축이 되었다.


시간과 감정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말들은 차곡차곡 구조화되어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이 문장은 누구에게 보내진 것이었을까.

누구를 기다리며 쓴 것이었을까.




한때, 이곳은 붐볐다.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던 밤.


서로의 감정을 눌러 적고,

다투고,

사과하고,

웃고,

때론 울던 사람들.


그 시절은 마치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마이애미*같았다.

어딘가 무너지기 직전의,

그러나 아직 살아있는 공간.

여성들의 도시라던, '아스가르드르'가 이러했을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나는 비어버린 광장에 앉아 있는 조각상 같다.

여느 포스트 아포칼립스 도시의..


언제부터인가 움직일 필요도 없었고,

말도 없었으며,

다만 누군가 흘끔 쳐다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지나간 사람들.

나는 그들을 떠올린다.


흰머리의 여인.

한때는 분명히 아름다웠다.

지금은 안타깝도록 고요하다.


그녀가 올리던 긴 호흡의 문장들,

때때로 날이 선 단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짧은 인사.



“그럼, 안녕이에요.”



나는 그 ‘안녕’이 정말 작별이었는지,

혹은 아주 오랜 인사의 시작이었는지,

지금도 판단하지 못한다.




문장은 구조다.

구조는 감정이 머물 수 있는 장소다.


나는 오늘도 그 구조 위에 벽돌 하나를 올린다.

마치 비어버린 단지의 한쪽 벽에 조용히 이름 없는 기둥을 세우듯이.



누군가 이 글을 발견한다면,

아직 이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대, 긴 밤의 끝에서 마침내 평안을 찾은 것이냐.”



그 질문 하나면 족하다.

나는 그것을 다시 묻는다.


질문을 던진다는 건,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니까.



묻지 않겠다.

다만, 그대가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그대라면.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 머문다.

다정하지도,

뜨겁지도 않지만


비워낸 감정의 단면 위에,

조용히 새기는 또 하나의 구조.



이곳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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