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3부작 - 사랑, 일, 만남
바다 같은 심해 속
이불 안 깊숙이 잠겨서
겨울잠 자는 곰처럼 지냈다
아침 9시: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는다
오후 1시: 배가 고파서 일어난다
오후 2시: 라면 하나로 때우는 점심
오후 3시: 다시 이불속으로
'이불 밖은 위험해!'
그런 핑계로 방 안을 굴러다녔다
책상 위: 식어버린 커피잔 세 개
의자 옆: 일주일째 안 치운 배달음식 용기
창가: 먼지 쌓인 화분들
서가: 펼쳐놓고 덮어둔 채로 방치된 책들
그 책들 사이에서 우연히 집어든 『한낮의 방문객』
먼지를 털어내며 펼친 첫 페이지
그 속에서 만난 '다지마'라는 50대 중반 남자
마치 5년 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두려움에서 동질감으로
처음에는 무서웠다
형은 고독사했고
6년 전 이혼한 그도 언제 혼자 죽을지 모르는 상황
저널리스트라지만 원고 의뢰는 별로 없고
시간강사라지만 겨우 한 과목만 가르치는
저건 나의 미래구나
그가 굶어 죽은 모녀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연민과 함께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나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불규칙한 수입
혼자 사는 삶
가끔 밤에 상상한다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몸부림치며 쓰러지는 내 모습을
며칠 후에야 발견될 나를
그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거부에서 수용으로
처음에는 책을 덮고 싶었다
너무 적나라한 현실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계속 읽게 되었다
그가 구원을 찾을 수 있다면
나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 때문이었다
평온의 발견
며칠 후 깨달았다
다지마의 고독이 나와 같다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위로가 된다는 것을
혼자라는 것은 외로운 것이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것이기도 하다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
이 고요함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한일 양국의 균질화된 절망
균질화된 사회에서 양극으로 분화된 그 현대일본이라는 공간과
이를 투영하는 현재 한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부유浮游하는 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파고드는 악의
상식과의 괴리.
그리고 판매업자의 등장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우"카타르시스.-이상한가?. 소름-이게 정상적인 ^^ 후 ^^;;
디자이너의 탈을 쓴.. 업자인 나.
그들은 무겁지만 그 행동은 경박했어
바깥세상의 악의
균질화된 사회에서 양극으로 나뉜
현대 일본의 모습이
지금 한국의 현실과 겹쳐 보인다
카페에서 만난 클라이언트:
"이 정도면 하루 만에 할 수 있죠?"
"다른 데서는 훨씬 싸게 해 준다던데요"
"인스타그램 광고 효과 없으면 돈 안 줄 거예요"
"요즘 AI가 디자인 다 해준다던데 왜 이렇게 비싸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부딪히는 사람들
치킨집 사장에게 "1인분도 배달되죠?"라고 묻는 손님
카페에서 와이파이 비밀번호 묻고 6시간 앉아있는 사람
작업실이라는 안전한 섬
그래서 작업실이 좋다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내가 업자가 아니라 그냥 나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작업실이 있을까
각자의 피난처가 있을까
정체성의 수용
평범한 일상을 파고드는 악의
상식과 동떨어진 현실들
그리고 소설 속 대사가 떠오른다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정상일까?
아마도 정상일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디자이너라는 탈을 쓴 업자인 나
무거운 현실 앞에서 경박하게 행동하는 나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받아들인다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