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에세이
재재를 출산하고, 복지카드로 재재를 봐 주실 수 있는 이모님을 약 2주간 구했었다. 나는 프리랜서 대학 강사라 재재를 낳고도 일주일에 3번의 강의를 위해 강의준비를 틈틈이 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이모님이 계셨어도 남편과 여유를 내 데이트할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물론 이모님이 계신다 해도 재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울음 신호를 보내면 항상 재재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안아주고 싶었기에 좀처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바깥바람이 무척이나 그리워, 미리 강의준비를 서둘러 넉넉히 해두고, 그날 오후를 통째로 비웠다. 남편과의 데이트를 위해서.
아마 출산 후 남편과 처음 가는 카페 데이트였을 것이다. 머리를 간지럽히는 가을 산들바람, 재재를 낳을 때만 해도 수줍은 가을 단풍이었는데, 한 달 만에 매혹적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형형색색 단풍나무들의 조화가 참으로 반가웠다. 마주 꼬옥 잡은 두 손, 발걸음 소리를 같이 하며 가을바람을 지나 소란 소란 걷는 그 순간, 나와 남편은 엄마, 아빠가 되어 있었다.
남편이 집에 계신 이모님이 하시는 말을 여러 번 듣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단다. 이모님이 하시는 말에 너무 마음을 같이 하지 말기를 바랐단다. 이모님이 무슨 말을 그리 했을까. 남편의 말인 즉슨, 이모님이 이런 말을 많이 늘어놓으시더란다.
“아이고, 애 낳고 힘들겠네. 잠도 못자지. 나도 애 낳고 진짜 힘들었어. 나는 여기가 쑤시고, 기억력은 훨씬 나빠졌고... 애 낳고 나면 여자 몸이 완전히 망가져. 이전과는 전혀 달라. 이건 이렇게 해봐. 자기야, 그건 그렇게 하지마, 더 힘들어져.”
음, 남편이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알겠더라.
음, 그리고 사실 이모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출산한 여성에게 짠하다는 표정을 건네며 하는 말들의 공통된 분위기도 알지.
출산 후에 몸이 힘든 건 사실이다. 잠 못 자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사실들을 공감해주는 것이 고맙고 때로는 반갑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다음 따라오는 조언이나 충고, 자기 이야기(대부분 자신이 출산 후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관한 무용담)에 머지않아 싫증을 느끼게 되는 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남편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하고 말한다.
“이 순간을 누려.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이 넘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재재야, 네 아빠는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이란다.
남편이 한 말이 씨가 되어 내 안에서 상상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봐줬으면, 이렇게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다.
“애기 낳고 힘들지? 보통 일이 아니잖아.
그래도 요즘 행복하겠다.
몸은 힘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누려.
아기 때문에 잠은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자겠지만, 이 시기도 돌아보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귀한 추억이 될 거야.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기.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빚어갈 시작의 순간.
너무 작은 아기에게 너무나 잘 해주고 싶어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아기를 대하는 시간들.
작은 실수들도 정말 많이 하지만, 잦은 실수에도 자책하기보다 머쓱하게 웃으며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말해줘.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이렇게 토닥이는 조언이라면 귀를 크게 열고 마음에 고이고이 담아 간직할 것이다. 미소 한 송이와 함께 이런 말을 건네준다면 참으로 큰 선물을 받은 느낌에 웃음 한 다발로 보답할 것이다.
아, 지금이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출산을 경험했던, 앞으로 출산을 경험할 당신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