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에세이
3년 전 어느 날, 재재가 한 달 배기 아기였을 때, 나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제부터 부쩍 재재가 눈을 마주치고 웃기 시작한다.
어, 재재가 이때부터 웃기 시작했구나.
매일 매일 나와 남편의 하루를 밝혀주는 재재의 웃음은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을까? 그 웃음소리는 지금과 달랐을 텐데.
이런 궁금함을 나는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 다음 문장이 이어진다.
재재는 손을 늘 동그랗게 주먹 쥐고 있다. 그 주먹 쥔 손이 작은 꽃송이 같다. 함부로 건드리면 스러질 것 같은 솜털 같은 아기 손. 재재는 내가 짝짜꿍 짝짜꿍 하며 타닥- 타닥- 손뼉을 치면 손을 더 세게, 동그랗게 말며 공중으로, 자기 배 위로 올려 휘저으며 꺅 소리를 내고 입을 크게 벌려 웃는다.
재재의 웃음은 온갖 시름과 걱정을 잊게 만든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감과 기운이 생겨난다. 고맙다. 내가 사랑하는 아기이지만, 이 작은 아기가 어째서인지 나를 사랑해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눈물이 난다. 지금 내 마음을 재재에게 말하고 싶다. 아니, 눈과 목소리로 말한다. 다만, 재재는 그저 평안을 주는 천사처럼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다가 꽃송이가 터져 솜털처럼 송이송이 날리듯이 웃음을 터뜨려줄 뿐이다.
언제쯤 엄마, 아빠의 말에 응답해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 함께 짐을 싸고 여행을 다닐까. 언제쯤 서로가 좋아하는 산책길을 걸어 다닐까. 궁금하다. 이 모든 게 가능할 때 우리 재재의 웃음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톤과 표정과 몸짓으로 나와 남편에게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줄까.
아무렴, 그런 것은 지금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재재의 웃음에 집중한다. ‘언제쯤, 어떻게’를 잊게 만드는 웃음. 우리가 쓸 수 있는 얼굴 근육이 이렇게 많았었구나,를 느끼는 순간. 걱정과 시름을 모두 다 잊게 만든다. 사랑스러운 것이 모두 다 있게, 존재하게 만든다. 오직 지금이다.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
한 달 배기 재재를 보며 매 순간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던 그때로부터 3년이 흘러, 나는 그때 일기 속 나와 마주한다. 그때의 내가 묻는 듯하다. “지금, 재재는 어때? 재재의 웃음은?”
그때의 내가 궁금해 하던 것에 지금의 나는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다.
순수하고 해맑게 웃는 재재에게서 나는 어렴풋이 내가 재재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고 느꼈었다. 이제 와보니 재재는 정말 나와 남편을 사랑한다. 사랑해준다. 우리의 “사랑해”에 재재는 주저 없이 “사랑해”를 돌려준다. 우리가 그 사랑이 필요할 땐 아낌없이. 우리가 무엇을 해도 조건 없이. 재재는 그렇게 위대한 존재이다.
지금은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날마다 새로운 언어와 문장으로 재재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가 책을 읽어주는 때가 있었고, 지금은 재재가 우리에게 자기 상상력을 바탕으로 어리둥절 신기 재기 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재재의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에너지에 취해 집 근처며, 먼 타지며 할 것 없이 여행을 한다. 우리는 3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소통하고 훨씬 더 많이 바라보며 웃는다.
지금 내가 궁금해 하는 것에 더해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의 내가 답변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순수하게 궁금해 하고 재재가 성장하는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지금을 살자. 조금이라도 걱정되고 염려되는 것은 여느 때처럼 나만의 노트에 메모해두고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봤을 때 결국 우리는 늘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격려할 수 있으리라.
재재는 물과 햇빛과 적정 온도와 바람을 모두 넉넉히 받아 하루가 다르게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다. 재재의 순수하고 아낌없는 웃음을 매일 보는 것이 증거이다. 때로는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걸 놓칠 때도, 넘칠 때도 있다. 매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재재와 우리가 서로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서둘러 함께 가기도 하면서 완만하게, 유연하게 노력할 것이다. 이 다짐과 함께 기도한다. 앞으로도 나와 남편이 재재에게 그런 건강한 대자연이기를. 재재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멋지게 성장할 비옥한 토양과 대지이기를.
그리고 확신한다. 미래의 우리는 분명 우리에게 이렇게 답변해줄 것이라고.
“최선을 다해서 왔잖아. 재재의 웃음을 봐. 역시, 건강하게 사랑스럽게 여기까지 오리라 믿었어. 이대로 계속 걸어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