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안에든 말썽쟁이가 있다 PART2
Every family has a black sheep.
모든 가정에는 까만 양이 한 마리씩은 있다 정도로 해석되는 이 말은
풀어 말하자면 모든 집안에는 분란을 일으키는 골칫덩어리 한 명씩은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빠 집안에서는 작은 고모가 그렇다.
내가 고모를 만날 거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했다.
우리 보기 싫어서 연락 끊은 사람 굳이 만날 필요 없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이날 모임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고모가 희한한 논리를 펴서 뜨악하게 만든 순간이 몇 번 존재하긴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오빠가(여기서 오빠란 나의 아빠를 말한다) 죽은 건 죽은 사람 침대에서 자서 그런 거라고. 형부가 오빠 데리고 간거라고. 왜 죽은 사람 침대에서 잤냐고 말한다던지.
작년에 큰고모집에서 머무를 때 아빠는 안방을 썼었다. 고모는 그 얘기를 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엔 순간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침대에 묶여 누워있는 소녀의 정면에 서서 퇴마를 하는 신부가 있던 방.
고모, 지금은 나랑 선율이가 그 방을 쓰고 있는데요.
나는 속으로 질겁했고 선율이는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라는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때 이후로 선율이는 집에 갈때까지 내내 그 표정으로 있었다.
그대, 먼 곳만 보네요.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고모와 만난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큰고모는 무척 기뻐하셨다. 큰고모는 여전히 작은고모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시기 때문이었다. 작은 고모를 꼭 만나라고 하신 것도 고모였다.
나는 고모의 사고방식이 흥미로웠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살인마라서 어떤 사람이 내 주의를 끌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까지 추측하고 궁금해한다. 한마디로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하고싶었던 일 중 하나는 큰고모에게 아빠, 큰고모, 작은고모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이왕 작은고모도 만났으니 작은고모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고모, 아현동 집에 엄청 큰 피아노 있었잖아. 그거 어디서 난 거였어?
고모는 피아노 어디서 배웠어?
나 태어나고 맨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 등등
첫만남의 분위기가 좋았으므로
가게때문에 바빠서 또 만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튕기던 고모는
한 번 더 보고싶다는 나의 구애에 오케이를 했다.
기뻤다. 만날 날을 정했다.
고모를 만나기로 한 날. 낸시네 집에서 출발했다.
약속장소까지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구글맵으로 확인하고 이에 맞춰 출발했다.
고모가 보내오는 카톡은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내가 집 근처로 갈게.’
고모가 큰고모네 집에서 멀리 이사갔다고 했는데?
지금 고모집에서 출발해서 큰고모집까지 올 수 있는 거린가 의아했지만 넘겼다.
고모는 이사간 집 위치를 밝히기 꺼려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만나기만 하면 되지.
‘우리 놀이공원 가자’
놀이공원? 큰고모집 근처에 놀이공원이 있었나. 지도에선 못 본 것 같은데.
갸우뚱했지만 길치인 내가 못봤을 확률이 높았으므로 그런가 보다 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길이 좀 막히는지 고속도로 진입 전 구글맵 상으로
예상도착시간이 십 분 정도 늦춰진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고모에게 양해를 구하는 카톡을 음성으로 보냈다.
낸시네서 이미 십분을 늦춘 상황이라 매우 죄송스러웠다.
고모는 괜찮다고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휴우, 한 숨 돌리고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로부터 카톡이 또 왔다.
‘오늘은 만나지 말자. 이렇게 시간이 안 맞는 걸 보니 하나님이 오늘 만나지 말라는 뜻인가보다.’
‘예에? 뭐라고요? 저는 이미 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하나님이 왜 나옴?
놀란 나는 빨리 달리는 와중에 간신히 음성으로 답변을 남기고 엑셀을 밟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