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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선물

by 권눈썹

공연을 시작한 후 몇 년간은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떡하나'로,

최근에는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면 어떡하지?' 를 걱정했다.


초창기에는 지인들을 자주 공연에 초대했다.

그런데 최근엔 인스타그램에만 업로드하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다음에 공연 보러 갈게요'하는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오려면 귀찮을 수도 있고 괜히 부담줄까봐 그랬다.


며칠 전 저녁 공연을 앞두고 일터에서 만난 동료 선생님이 오늘 옷이 예쁘다고 말을 건네셨다.

공연이 있어서 신경쓰고 왔다고 하니, 이미 인스타로 소식을 보셨다고 했다.

뒤늦게 소식을 알고 공연에 가고 싶어 일행을 알아보다가

마땅히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며 아쉬워하셨다.

미리 연락 드렸으면 오실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었다.

매번 새로운 음악이나 갑자기 나아진 실력으로 공연을 할 수가 없는데

자주 보면 지겹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혼자 괜히 의기소침했다.


그러다보면 습관적으로 공연하는 날도 많았다.

관객이 얼마나 올지 모르는데 별 다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 마음은 관객에게도 분명 전해졌을 것이다.


서둘러 얼마 전 그만둔 알바 사장님에게도 연락드렸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셨다.

공연을 핑계로 보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하는건데

최근에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잠깐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러던 어제 다시 그 의미가 생생해진 이벤트가 있었다.

부산 최애밴드 헤드터너가 싱글을 내고 첫 단독공연을 했다.

공연장에서 받았던 에너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스티커를 제작하고 내꿈씨는 맥주를 찬조했다.

선물을 준비하고는 공연 날만을 기다렸다.

물론 그분들이 나에게 준 감동에 비할 수는 없지만 팬으로서 마음을 전했다는 것이 뿌듯하게 좋았다.


알고 있는 곡이지만 공연장에서 들으면 '크~ 이 맛이지'하면서 2배로 신난다.

열정에 감화되어 나도 모르게 목이 부러져라 흔들게 된다.

매 공연마다 진심을 담기 때문에 아마 관객들이 매번 반하는 게 아닐까.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편지하는 마음으로 그날의 멘트를 준비한다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쁜마음으로 연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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