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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Dec 05. 2022

물갈이 극복 후 다시봐도 기이한 풍경

2019년 4월 1일, Rishikesh


어메이징 인디아에 온 지 벌써 17일째. 몸살에 물갈이까지...이틀은 누워있고, 어제는 누워있다가 오후에 나갔다왔다. 그러고 나니 오늘이다.


내가 먹고싶었던게 이런거야 ㅠㅠ 신선한 채소와 쨔이. 오른편은 리시케시의 에메랄드 빛깔 강

아파서 계속 누워있다보니 요즘엔 꿈이 내 생활을 이어가주는 느낌이다. 몇 년전 일들이 새로운 결말로 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어젯밤엔  다시 수능을 봤다. 그런데 왠일인지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시험장소도 제대로 파악을 못한 채였다. 내년에 다시 시험봐야겠다라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다. 아직도 수능생각을 하고 있다니, 대학에서 배운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입학을 계기로 인생에 의욕이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무의식에 강하게 남아있었나 보다.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것들, 너무 쉽게 단정지어버린 것들이 해일처럼 밀려든다. 그렇지만 이것도 그런대로 좋은 느낌이다. 내 인생이 그래도 마냥 주저앉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인도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를 건드리는 것 같다.



2019년 4월 5일, Rishikesh


아침에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난 것이 오랫만이었다. 이틀 전까지만해도 뭘 먹으려고해도 속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끼니는 커녕 과일같은 걸로만 배를 채우고 몇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몸이 나아지자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일어나자마자 뭘 먹을지 계속 생각했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바질크림소스 베이스의 가지라쟈냐랑 채소스프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난리난리 리액션을 했고. 옆 사람들까지도 맛있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비건들이 여길 좋아하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한국에 있을땐 불닭볶음면이랑 맥주 등 자극적인 음식을 달고 살았고 속이 편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와서 한번 다 비운 후에 음식을 조심해서 먹었더니 몸이 가볍고 머리도 좀 맑은 기분이 든다. 고기가 있으면 간단히 잡히는 맛을 채소들로 내려고하다보니 채식음식은 발전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식단을 조절해보고 요리도 좀 더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대로 먹지 못한 세월이 서러워 엄청나게 먹으러 다녔습니다. 왼편은 도사와 히말라야식 볶음밥. 오른편은 채소볶음.

이전에 유럽이나 미국여행을 할때 비싸서 좋은식당은 가볼 엄두도 못냈는데, 인도에서는 마음에 큰 부담없이 좋은식당을 다닐 수 있어서 좋다. 다음에 리시케시를 오게되면 여기만 한 달 쯤 머물면서 맛있는 채식요리들을 섭렵하고, 요가하고 음악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지낼 것 같다. 그만큼 이곳의 생활이 좋다.


오늘은 금요일. 리시케시도 주말에 쉴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래프팅하러왔는데 오늘 사람이 많지 않다고 예약이 어려울 수도 있단다. 난 이제 즐길 준비가 다 되었는데 내일 바로 떠나야한다니 ㅜㅜ

먼가 기이한 풍경인데 이 소가 진짜 소였는지 동상이었는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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