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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Dec 30. 2022

뻔뻔하게 행복하게 셀프조련

올해는 좀 많이 뻔뻔해졌다. 무대에서도 자꾸 여러분의 스타, 수영구의 보석, 귀염둥이 이렇게 나를 소개하고.

할 수 있는 건 잘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 말하고. 필요한 건 필요하다고 잘 얘기한다.


올해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좋다고 모든걸 내줄 것처럼 무리해서 마음을 쏟아내지 않아 오히려 관계를 망치지 않고 잘 넘겼다. 이제 누가 나를 미워하면 배를 긁으면서 '어... 그래 그렇구나. 나 근데 바빠서 니 마음에 신경은 못쓰겠네' 하는 마인드가 되었다. 남들과 상관없이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막막한 마음 때문에 못자는 날들도 많았다. 다음달 카드값 어떻게 내야하지. 내 삶이 좀 더 나아질까? 나에게 전망이라는 게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뭔가를 시작하면 또 아이디어가 샘솟고 없던 힘이 생기는 나를 보며 불안의 농도가 조금씩 옅어졌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것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집요함이 필요하다. '딴따라'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처럼 많은 사람들이 뮤지션이 마냥 노래하고 웃고 노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올해 나는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배웠다. 음악을 언제나 우선순위로 두었다. 버는 돈은 전부 배우고 장비사는 데 사용했고. 그렇게 나에게 시간과 돈, 모든 자원을 투자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내년이 오는게 반가운 이유는 올해의 꾸준함 덕분일 것이다. 주말에도 공연하러 가거나 공부하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일하는 느낌이 아니라 노는 것 같았다. 그만큼 지금 생활에 만족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올해는 사람들도 그것을 알게 되어 보람이 있었다.


내년에는 본연의 여유로운 바이브를 가지고 몰입의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 오랜만에 유튜브 컨텐츠를 찍고 편집을 했는데, 싱크를 맞추느라 두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끙끙대다 그라데이션 분노가 올라왔다. (아니 파이널컷 자동싱크 맞춤 기능하는데 왜 영상 자체에 싱크가 틀어지는 걸까요? 혹시 핸드폰 용량때문인가.. 정답을 아는 분들은 답을 알려주세요 ㅠㅠ) 그러면서 문득. '아 요즘 나는 하기싫은 걸 억지로 견디면서 하지 않구나' 깨달았다. 하기 싫은데 해야할 것 같을때 나는 나에게 '하지마. 하지마. 하기 싫은 거 너한테 절대 안시켜. 행복하게 해주께.'하고 말해준다. 포기하고 놀아버린다. 그러면 다음날 또 이성적인 내가 '나 이제 조금 기분 나아졌는디.. 할 수 있을꺼 같은디..?'하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면 못이기는 척 하고, 그래도 하기싫으면 깨끗이 잊어버린다. 싫은 거 좀 안하다고 큰 일 안나더라. 셀프로 조련하고 조련당하며 그렇게 어떻게 하면 나를 잘 대할 수 있는지를 좀 알게됐다. 좋아하는 것만 하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한데, 싫은 것을 참으면서 할 필요가 없다. 아까운 에너지, 소중한 내 시간을 가장 아깝지 않은 곳에 쓰고 싶다.


2022년을 빛낸 음악 권눈썹 자작곡 콩순이. "니가 이상한게 아니라 이세상이 고장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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