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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Feb 02. 2023

성격을 개조하는 베드민턴… 그 놈의 실체

퍼플문 단골손님 윤작가와 옆방 동료 손작가가 베드민턴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손작가가 먼저 입덕했는데 이제는 윤작가가 더 깊이 빠진 것 같다. 일주일에 5일을 베드민턴장에 갔다. 일주일에 한 두번 레슨도 받아야 하고, 베드민턴 치려고 일을 부리나케 마무리 짓고 나간지 몇 개월이 지났다. 그녀의 삶이 베드민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베드민턴을 치면 날아오는 공에만 집중할 수 있어 생각이 깨끗해진다.' '세 시간 내리쳐도 힘든 줄 모르고, 베드민턴을 시작한 후로 밥을 많이먹어도 살도 안찐다.' 분명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윤작가는 마음에 없는 말을 잘 못하고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대하는 게 어렵다고 늘 고민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을 만나면 말수도 적어지고 경직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베드민턴을 친 후로 능글능글해져서 코트에서 본인이 먼저 모르는 사람들에게 '게임 같이 하실래요?'하고 묻는다고. 자기도 자신이 참 우습다고 한다. 참 그놈의 베드민턴 어떤 놈인지 슬슬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번엔 베드민턴 동호회를 만들었다. 베드민턴은 복식경기라 4명을 모아야 할 수 있는데, 윤작가가 가입한 동호회에서 열리는 주 1-2회 모임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본인이 직접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녀의 열정에 감화되어 나도 베드민턴 모임에 한번 따라가기로 했다.


그동안 나를 운동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는 저녁마다 줄넘기를 가르쳐주고, 주말엔 산에 데려갔다. 유아체능단 출신으로 조기교육의 특혜도 받았다. 그렇지만 원체 몸이 굼뜨고, 움직이는 것보다 앉아서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정이라 사람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곤했다.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도 함께 운동할때 내 느릿한 신체활동에 가슴을 쳤다. 1을 가르치면 1이 출력되어야 하는데, 내 몸은 자기가 원하는 동작이 따로 있는지 멋대로 움직였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더욱 위축되었고, 운동신경은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운동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경쟁심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고스톱을 쳐도 카드마다 예쁜 모양을 감상하는 게 즐겁지 승부를 겨루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정말 운동과는 저 끝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베드민턴도 이미 친구 두 사람이 코치를 자처했으나 둘 다 포기했던 쓰라린 추억이 있다. 약간 걱정을 하며 발길을 옮겼다. 모임 날 윤작가는 근처 사는 사람들을 차에 태우고 움직였다. 유치원 봉고차를 탄 어린이들처럼 차 안의 사람들은 시끌시끌 기대감을 가지고 베드민턴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몸이 마음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윤작가는 자기가 치는데 여념이 없어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는 코트를 주름잡는 핵인싸였다. 공을 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불길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아서 섭섭한 마음도 없어졌다. 나는 내 살길 찾아야지. 회원들 가운데 마음좋은 분들과 함께 난타를 했다. (난타 : 정식 경기가 아니라, 공을 주고받으며 몸을 푸는 것) 주로 내가 흐름을 깼다. 라켓에 공이 잘 맞지도 않았고, 맞아도 엉뚱한 곳으로 튀어나갔다. 공을  치는 시간보다 바닥에 쭈그려 셔틀콕줍는 시간이 더 길었다. 민폐끼치면서 이걸 하는 게 맞나 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왕 왔는데 경기도 해보자 싶어, 네 사람이 팀을 이루어 경기를 했다. 열심히 라켓을 휘둘렀으나 영 어설펐나보다. 함께 플레이하던 무림의 고수, 아마추어 대회에서 B급을 받은(D에서 A로 갈수록 상위등급이다.) 분이 안되겠다고 응급처치를 해주셨다. 서브를 넣어주시면 내가 받아쳤는데 그때 그때 수정할 동작을 알려주시면 실시간으로 고쳐갔다. '이미 여러 선생님이 저를 포기하셨는데...' 자신없어하며 시작했지만 웃음기 없이 열정만점인 선생님에게 호응하기 위해 나도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10분 정도 가르쳐주신 것 같은데 그 사이 꽤 타율이 높아졌다. '챙! 챙!'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경쾌했다. 동호인들은 공이 라켓에 잘 맞으면 '맛있다' 하고 감탄사를 한다는데 맛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실력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멋있었다. 사람들이 경쟁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 경기에서 선전했을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레모니도 근사했다. 회원들의 명랑한 에너지에 기분이 화사해졌다. 나도 코트 위의 쭈구리 말고 자신감 넘치는 인싸가 되고 싶다! 운동바보 저주받은 몸치도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베드민턴을 배우면 나도 처음보는 사람을 만나거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좀 더 편해지려나? 베드민턴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동안 운동에 대해 가져온 두려움을 베드민턴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쁜 마음으로 3월에 수영과 함께 베드민턴 강습을 등록했다. 이제 진정한 운동인이 될 일만 남았다.


오리발과 라켓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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