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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Sep 20. 2017

담담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29)

나는 그런 사람인걸, 어쩔 수 없잖아.


관계를 시작하는 건 끌림, 공통의 취향, 이해타산일 수 있지만 결국 관계를 유지하는 건 관심과 배려, 존중이다. 또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귀여워서 데려온 강아지는 매일 매일 사고를 치고 한두번의 웃음을 위해 엄청난 뒤치다꺼리를 감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떠올리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사랑스러움. 어쩌면 요즘 사람들의 친구관계가 좁고 깊어진 이유는 한 명 한 명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뭘 바라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바보같고 순진해보일지 몰라도 그저 진심을 다하고 싶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후기에 무엇을 쓸 지 결정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르고 골라 가지런히 담는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먼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修身) 가정을 이룬 후에야 (齊家) 나라를 다스리고 (治國)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平天下) 뜻이다. 1인기업가인 나에게 이 말은 조금 다른 형태로 다가온다. 먼저 나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나를 지지해 줄 믿음직한 사람들을 만든 후에야 전문성을 쌓아 큰 뜻을 펼칠 수 있다고, 혼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지만 알 것 같다. 사업 혹은 그 비슷한 일을 하려는 사람이 가장 자주, 공들여 해야 하는 업무는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멘탈 관리라는 것. <노아> 모임을 처음 만들 때 YH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이 가슴 깊이 새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돼요."


작은 기억 한 조각. 초등학교 5학년 미술 시간이었다. 스티로폼으로 미술 전시관을 만들라는 조별 과제를 내주시고 선생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 선생님이 없는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 우당탕 쿵쾅대는 소리에 살짝 짜증이 난 채로 우리 조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 때 한 남학생이 다가와서 물었다. "너 혼자 하고 있는거야?" 나는 대답했다. "어쩔 수 없잖아." 까칠한 말투였는데 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는거다. "너 되게 착하구나." 순식간에 빨개진 나의 볼. 내심 좋아하고 있었던 아이의 진심어린 칭찬은 영화처럼 선명하게 기억되었다. 그 일을 들은 엄마는 내게 바보 같이 이용만 당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의 기쁨은 변색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인걸, 어쩔 수 없잖아. <노아> 모임을 한 번 할 때마다 열 명 남짓한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 숨겨놓은 간식거리처럼 아까운 주말에 (이동 시간까지 생각하면) 4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마음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도 40시간은 들여 모임을 준비하자고 생각한다. 계절에 알맞은 시간과 장소를 고르고 프로그램을 최신 연구동향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고 참석하는 분들의 근황과 상태를 파악해 자리를 배치한다. 당일에 몸도 마음도 최상의 상태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 너무 완벽하고 열정적이어서 나와는 다른 사람이란 느낌보다는 가까운, 친근함이 지나쳐 어쩐지 만만하고 나약해 보인단 느낌보다는 먼, 믿음직한 리더의 모습에 닿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비춰보고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이렇게 있어서 참 감사하다.



모임을 열다보면 별의별 일들을 다 겪게 되지만 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작은 성공을 거듭하는 경험이 무척이나 짜릿하다. 자발적으로 도움과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더욱.



9월이란 달에 잘 어울리는 장소.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골목길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책방.



소탈한 시인님이 꾸려가시는 곳.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굳이 수식하기가 미안해질만큼 '아날로그적'이다.



얼마 전 들여놓았다는 여남은마리의 목판 고양이들이 반겨준다.



귀여운 돌길을 밟아 들어가면,



곳곳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꾸밈들을 만날 수 있다.



휴가에 이 책 한 권만 들고가도 충분하다 싶을만큼 나에게 딱 알맞은 책을 가져와 소개하였던 스물아홉번째 모임. 주제 단어로 선택한 '라곰 Lagom'은 스웨덴어로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책도 나의 일상도 라곰스러운 것이 좋다. 너무 가벼워 허무하지도, 너무 무거워 부담스럽지도 않은 딱 그정도의 무게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그런 나의 마음은 잘 전해지고 있을까? 모임 후기에 '낯설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보듬아 주는 장소였다. 지난날의 아픔과 고단함을 달래주는.'이란 구절이 있었다. 그 말에 기대어 나의 아픔과 고단함도 잠시 달래보았다.



곱게 모아온 옛날 책들이 한가득 있다. 전세계에서 데려온 귀여운 소품들도.



'노아 Know-我' 카드를 활용한 색다른 자기소개. 무심코 지나쳤던 나 자신의 모습들을 알 수 있다.



LJ님이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카드 3세트와 맞춤형 박스. 감동적이었다. 감사합니다.



바라만봐도 행복해진다. 사랑스러운 사람들.



이제 보니 개 두마리는 자기들끼리만 놀고 있네. 개나쁨 ㅠㅠ 소불쌍. ㅠㅠ



시인님이 기린 인형을 한참 찾으시더니 목각 기린 한 마리를 데려오셨나보다. 유쾌하게 생겼다.




어디로 가는가?
물음표에 잠시 슬프다가
균형을 잡는다
눈 한 번 감지 않고
태양을 향해 걸어가네
그녀는 나와 같아
아니 달라 아니 같아
그녀는 나와 달라 아니 같아
어쩌면 난 잘 모르겠어

- 효리&아이유, '그녀는' 중.
(JTBC '효리네 민박')





참석하신 분들의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



KY님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하는지 몰라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그 누구보다 나를 소중하게 대할 것."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31155


BS님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 선생님."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17991


SI님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 열등감에 사로잡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남이 나에게 어떤 평가를 하든간에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가집시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339910


CY님이 가족, 특히 아빠와 딸에 관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이를 해치는 가까움." (SI님의 한줄평.)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071674


KY님이 외로운 현대인들 모두에게. "격한 외로움을 겪어야 외롭지 않을 것이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947915


GJ님이 삶으로부터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고 싶은 분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한계적으로 한정짓는 분들에게. "한 번의 결심이 아닌 습관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리프레임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자."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006642


SJ님이 휴가 후 복귀 이틀전쯤의 사람들에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빨리 보고싶게, 안달나게 만드는 큰 끌림. 살아있음의 아름다움."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768452


HS님이 관계의 본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인간관계의 기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180020


KY님이 삶의 깊이가 필요한 분, 자기객관화가 필요한 분들에게. "사람의 인생의 의미를 알고 있니?"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954076


YJ님이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993985


KY님이 자신의 단점을 고치고 싶은 사람에게. "하루 하루 소소하게,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77546








본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모임은 '노아 Know-我'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2016년 5월, 꽃향기 가득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되었구요. 현재는 서울 곳곳의 다양한 장소에서 매월 첫째주 열리는 독서모임, 매월 셋째주 열리는 자기분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건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나 궁금할거에요. 지금의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알고 싶을거구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나만의 기준을 하나 하나 세워나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낼거라고 저는 믿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격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며 나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거라구요.


한 테마에 10명 이내의 소규모로 모집하고 있어요.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게요. 누구든지 오실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분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희 모임의 가치는 '자기를 말로 표현해보는'데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귀기울여 주었기에 가능합니다. 그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러니 경청과 존중으로 보답할 수 있는 분들만 참여해주세요.


함께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참가신청은 선착순이며, 참가비 입금 후에는 취소/환불이 불가능합니다. 문의는 저의 페이스북메세지로 부탁드려요. :)

https://facebook.com/junekwon51












(C) 2017. 권윤경.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https://facebook.com/junekwon51

블로그-1 https://brunch.co.kr/@junekwon51

커뮤니티 https://cafe.naver.com/Kno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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