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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Nov 25. 2016

담담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15)

자존감은 무엇이며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너무나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무얼 하고 싶은가? 나에게는 단 5분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가만히 누워 상상해보곤 한다. 그 5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최소한의 후회를 남기기 위해 아주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못해본 일도 다시 해보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그러나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가만히 그를 껴안고 있는 것. 마주닿은 볼의 온기와 숨쉬는 소리, 심장의 떨림, 나의 등에 둘러진 그의 손길, 우리를 둘러싼 공기, 익숙한 냄새, 그때 내 마음에 가득찬 어떤 감정.. 그런 모든 것들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들이 있다. 입에 넣자마자 탄성이 나올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순간, 잠에서 깨어나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던 순간,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향긋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순간,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던 순간, 포근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맨발로 고운 모래사장을 걷던 순간, 오래된 친구와 나란히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며 말없이 서로를 느꼈던 순간.. 그런 감각적인 순간들은 아주 오래 기억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언제든 꺼내어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 기억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견디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무감각하게 보낸 순간의 것들이다.



당신은 자신의 영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사랑할 때는 스스로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로 삶을 채우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영혼을 노래하는 일입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좋은 일'이라고 배운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일 뿐입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늦잠을 자는 쪽이 영혼에 더 많은 영양을 공급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영혼에 더 많은 영양을 공급할수록 우리 주위 모든 곳에 있는 사랑이 흘러들어올 수 있습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 수업> (2006, 이레출판사) 중.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멈춰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 조금은 먼 곳으로 떠났던 열다섯번째 모임. 함께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순간을 선물해주고 싶어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정성을 들였다. 아름다운 장소와 맛있는 식사, 내가 가장 아끼는 프로그램 - '나의 진정한 이상형' - 을 준비하고, 몸과 마음에 맑은 에너지도 가득 충전했다. 그날 우리는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청량한 공기를 마셨다. 바삭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각자가 좋아하는 구성의 수제버거와 맥주를 마음껏 흡입했다. 따듯한 햇볕에 졸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문구류 가게를 구경했다. 호숫가에 앉아 <어린왕자>를 서로에게 읽어주었다. 사람들과 강아지들을 바라보았다. 뽀얀 김이 나는 커피를 마시며 각자의 연애사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ㅡ누구와 연애를 했던 그건 나만의 연애사이다.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물드는 하늘에 감탄하였다. 준비는 내가 하였지만 이 모든 순간들은 우리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다음 일을 예측할 수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는다. 낯선 향기다.



아름다운 공간에 머문다.



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품들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다.



마음껏 먹는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상쾌한 공기.



건강한 내 몸에게 고마워한다.



풍경을 바라본다. 나도 모르게 웃는다.



숨은 공간들이 많은 건축물에 감탄한다. 오후의 햇살을 느낀다. 졸리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나로 존재한다.



'나.진.이.'는 올해 초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워크샵 형식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 글의 내용은 10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실패 끝에 꿈꿔왔던 이상형과 만난 과정을 연구한 것이었고, 나만큼 마음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조회수 5만건에 댓글 천여개가 달리는 반응을 받고 있다. 100%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 기적같은 프로그램이지만 한 사람당 두세시간을 밀착 코칭해야 하는지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선물처럼 드리고는 한다. 다행히 오붓하고 정다운 구성에 내 마음에도 사랑이 가득하여 무리없이 진행하였다. 내용은 비공개이지만 이 글에 많은 힌트를 풀어 놓았다.



결국은 나를 알게 된,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해주신 고마운 KM님.



역대급 소오름에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는 고마운 NY님.



열다섯번의 모임을 하는 동안 우리가 가장 고민했던 주제는 '자존감'이었다. 자존감은 무엇이며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각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그 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모임 이후 드디어 나는 나만의 답을 얻었다. 그날 온 몸으로 순간을 감각하는 경험을 하며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강렬하게 새겨져 언제고 재생할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덕분에 잠시 잊고 지냈던 행복한 각인들도 하나 하나 꺼내어볼 수 있었고 비로소 '그 모든 순간 온전히 존재했던 느낌'이 내 안에 잔뜩 쌓여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자존[自存]이란 한자를 풀이해보아도 같은 뜻이다. 마치 파랑새를 찾은 아이들처럼 이 단어의 본래 뜻으로 돌아와, 아주 어린 시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었던 방법으로 돌아와 겨우 답을 찾은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들로 얼마나 무뎌져 있는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달가운 감각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것이 즐겁다고 또는 견딜만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누군가를 애써 웃는 낯으로 대하며, 외모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음식을 삼키며, 소음에 가까운 나불거림을 들으며, 중독된 무언가에 매몰되며, 칸칸의 공간에 틀어박히며,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뜨며, 약속을 외면하며, 나태하며, 세상의 부조리에 침묵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며, 원치 않는 자아를 입으며.. 우리는 몹시 불쾌한 동시에 내가 선택해서 벌어진일이라는걸 알기에 무척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자신을 혐오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느끼고 싶지 않은 감각을 차단하는 것. 그렇게 인생에 단 한번밖에 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낸다. 돌아보면 시간이 증발해버린 듯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에게 과연 자존감이 있을까?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기억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감히 우리가 날것 그대로의 감각을 되살려 오래 기억될 순간들만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힘과 용기가 있다고 믿는다. 매일 매순간 살아 있음을 알아차리며 생생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기 바란다. 그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사람이 되는 길일 테니까. 나만의 답을 가진, 자존감 높은 사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갈 것이다.「노아」하는 우리, 같은 소망을 품고 지금을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인간 모두의 깊은 내면에는
자신이 되기를 갈망하는 어떤 존재가 있습니다.
그 존재에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인가 잘못되어 '진정한 나'에서 멀어져 갈 때도
그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 수업> 중. 






같이 떠날래?



본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모임은 '노아 Know-我'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2016년 초 꽃향기 가득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되었구요. 현재는 월 2~3회 다양한 장소에서 독서모임, 자기분석 워크샵, 골목탐방, 낭독과 글쓰기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건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나 궁금할거에요. 지금의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알고 싶을거구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나만의 기준을 하나 하나 세워나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낼거라고 저는 믿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격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며 나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거라구요.


한 테마에 10명이내의 소규모로 모집하고 있어요.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게요. 누구든지 오실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분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희 모임의 가치는 '자기를 말로 표현해보는'데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귀기울여 주었기에 가능합니다. 그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러니 경청과 존중으로 보답할 수 있는 분들만 참여해주세요.


함께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문의 또는 참가신청은 저의 페이스북메세지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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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016. 럭큐레이터.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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