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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Jun 28. 2017

담담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25)

책 같은거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3위, "좋은 일 하시네요."

2위, "책 추천해 주세요."
1위, "책 좀 읽어야 하는데.."


그럼 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다. 금붕어처럼. 뭐라고 답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을 함께 보고 싶다. 'Olly'라는 이름의 이 작은 강아지는.. (보면 아실거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A4N7G29GWQI



"책 좀 읽어야 하는데.."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꼭 물어본다. 그럼 왜 읽지 않으시는거냐고. 시간이 없어서, 책을 고르기 어려워서, 집중력이 없어서 등등 아주 다양한 변명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솔직한 마음은 이거 한 가지 아닐까. 읽기 싫어서! 책을 읽는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당장 골치를 썩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색색깔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예능이나 한 편 보고 말지, 하는 마음. 책 같은거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 그런 마음을 깊은 곳에 숨기고 겉으로는 무척 민망하고 아쉬워한다. 남에게 말 못할 잘못을 저질렀다는 듯이.


"책 읽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솔직히 말한 사람을 나는 이제까지 딱 한 명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놀랍게도(?) 사회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사람이었다.) 독서에 대한 부담감이 오히려 책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모임을 운영하면서도 책을 다 읽지 못했다거나 남에게 자랑할만한 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본다.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하는데도 내 말은 설득력이 없는 건지 무척이나 수줍어하신다. 다음 달에는 웹툰책이나 패션 잡지를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대나무 조각에 글을 새기던 시대도 아니고, 밥 한 끼 금액이면 누구나 책을 소유할 수 있는 요즘 사회에서도 독서는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취미로 생각되나보다. 한 무더기 쌓아 놓은 책 사진을 업로드하면 지성인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독서 모임은 중세 시대 살롱처럼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교 클럽으로 여겨지고. 물론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설계된 교육을 받고 폭넓은 경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연구를 할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리뷰를 쓸 것도 아닌 일반인이 독서를 '잘'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내가 가져온 책 아님. 나는 저거 7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했음. 삼성역에서 인도 코끼리 만난 기분이었음.



어쩌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겼는데 어디를 가거나 누구가를 만나기는 부담스러울 때, 문제가 생겼는데 도움을 청할만한 곳이 없을 때, 남에게 말못할 마음을 이해받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취미들 중에 하나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독서라는 게. 대형 서점은 시원하고 조용한데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니까 슬쩍 들어가보는거다. 잔뜩 쌓여 있는 책 사이를 팔랑팔랑 돌아다니다가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집어들고 휘리릭 읽으면 되는걸. 그러다 너무나 마음에 들면 집으로 데려오면 되고. 최신 유행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한 편 보러 영화관에 다녀온 것처럼. 더운 여름 밤 동네 친구를 불러내어 치맥 한 끼를 하는 것처럼. 숨쉬듯 가볍게 독서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p.s. 인터넷 서점에서는 귀여운 물건들을 구매하면 책을 주는 일정 금액 이상 책을 구입하면 특별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자주 열린답니다. 이 분야에서는 알라*이 독보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예스*4도 굉장해요. (소근


p.s.2 오프라인 서점은 내가 가기 쉬운 곳이 최고인 것 같아요. 광화문 교보*고라든지 코엑스 별마*이라든지 선릉역 최인*책방이라든지 신논현역 북티*라든지.. 하루에 한 군데씩 들러도 1년 내내 돌아다녀야 할 만큼 여기저기 근사한 서점들이 많지만 구경 가려면 어쩐지 큰 결심을 해야해요. 그래도 한번쯤은 가볼만 하답니다.








본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모임은 '노아 Know-我'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2016년 5월, 꽃향기 가득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되었구요. 현재는 서울 곳곳의 다양한 장소에서 매월 첫째주 열리는 독서모임, 매월 셋째주 열리는 자기분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건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나 궁금할거에요. 지금의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알고 싶을거구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나만의 기준을 하나 하나 세워나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낼거라고 저는 믿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격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며 나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거라구요.


한 테마에 10명 이내의 소규모로 모집하고 있어요.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게요. 누구든지 오실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분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희 모임의 가치는 '자기를 말로 표현해보는'데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귀기울여 주었기에 가능합니다. 그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러니 경청과 존중으로 보답할 수 있는 분들만 참여해주세요.


함께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문의 또는 참가신청은 저의 페이스북메세지로 부탁드려요. :)

https://facebook.com/junekwon51












(C) 2017. 권윤경.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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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1 https://brunch.co.kr/@junekwon51

커뮤니티 https://cafe.naver.com/Kno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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