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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ug 03. 2022

눈먼 자들의 고향





가랑잎 같은 사람

보슬비 같은 사람

땅만 보고 걷는 사람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사람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사람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


가을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의 계절이다

절절하기는커녕 팍팍하기만 한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 적요의 햇살

산 그림자 기울면 수장된 마을에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세상에 샤갈의 마을이 있을까

악의 꽃이 피어날 때

야수들의 축제 그 붉은 잔을 들어라

최승자와 김혜순의 생일을 누가 아는가

앞이 안 보여 그리운 눈먼 자들의 마을


여기는 글로 숨진 자들의 고향

아무도 모르는 열락의 끄트머리 그리고 귀퉁이

모서리마다 흰 꽃이 피었다

수영아 거기서는 글이 돼느냐

애초에 없는 글을 왜 애타게 찾으려 하는지


나도 초대받지 못하는 빙신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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