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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14. 2023

허 무 의   저 녁





덜그럭 덜그럭 뼈소리만 남은

폭풍의 아가미에서는 삼박사일 기다린 뱃고동이 운다

뼈속 깊이 아픈 소리다


여기는 꿈속

사막의 언덕에는 코끼리가 간다

낙타는 간데없고 폭설 속에

태양이 사라졌다

거대한 아가미의 뼈가 빌딩 숲처럼 장엄하다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시대가 지나갔다

나는 그 시대가 남긴 티끌 같은 미물이다


꿈속 세계는 무한하다

쫓고 쫓기는 방랑

무저갱의 벼랑

신기루의 세상

무간지옥

극락, 지옥, 연옥

신선한 새벽

저무는 저녁

강가에 안개가 걷히는 뱃전

어부의 노래


연옥은 끝은 없다

이승과 저승이 이어져 있어

다만 머무는 곳이 다를 뿐

그래서 이별의 흔적조차 없다

아, 헤어지는 소리가 모래 흩어지는 소리 같다

갈퀴 은 바람소리


흔들리는 허무의 저녁

머문 흔적도 없어

산사의 풍경 소리만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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