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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섬이 된다/김낙필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비바람이 분다

사위가 먹먹하고 어두워진다

비가 오실 모양이다

불을 밝히지 않고 어둠을 그대로 둔다

침묵이 때론 위로가 된다

TV와 함께 그렇게 앉아 있다


生子 시인이 소천하신 날 성산포도 날이 좋았다

평생을 섬과 성산포와 살았으니 섬 시인이다

사람이 詩가 되고

사람도 섬이 된다


모레가 발인이지만 나는 안 간다

원치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몰려갈 것이다

그 무리 속에 끼고 싶지 않다

조용히 영면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속 마음을 아무에게도 내비치지 않고 사신 충청도 서산 분이시다


사위가 어둡더니

창 유리로 빗금 친 빗줄기가 금을 긋기 시작했다

시처럼 음악처럼 가을비가 내린다

깨지면 원상복구가 안 되는 달항아리처럼

세상을 이탈하는 영혼들은 진정 홀가분할까


사람이 섬이 되어 갈 때

사람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는지를 나는 안다

그래서 연약한 사람들은 시를 쓰며 얼마간은 단단해지려고 애쓴다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착해서 이다

그렇게 수평선처럼 살았다

사람이 섬이 된다는 것은

섬으로 떠돈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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