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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慶

by 시인 화가 김낙필


년 만에 문경을 다시 찾아간다

청풍호수를 거쳐 갔던가 아닌가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충주에서 아랫녘으로 갈라져 갔나 보다

그때는 풍경보다 그대가 함께여서 더 좋았다


문경 가는 길은 가을빛도 좋지만

청풍을 돌아가는 봄의 벚꽃길도 좋다

빗길은 더 좋다

월악산 구비마다 안개가 머리를 풀고 오르고

가을엔 솜털 같은 개미취 꽃들이 곱다

봉천사, 문희계곡, 불정역을 들러볼 심산이다


작년 이맘때는 단풍이 들었는데

올해는 가을이 게을러 늦다

강가에 풀잎들이 물길에 길게 누워있다

온 뒤라 물살은 푸르고 빠르다

멀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물길이다

그렇게 가서 남쪽 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귀로길에는 휴일이지만 버스 전용도로를 타고 달리니 막히지 않아 좋았다

점심에는 주꾸미 쌈밥에 소주 한잔이 깊고 달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문경은 10년 전 그날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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