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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끝자락

by 시인 화가 김낙필


오후 5시 7분

대파 한 단, 깻잎 한 봉지 사들고 귀가하다가

프랭크 햄버거 집에서 아메리카 한 잔 마신다

지나쳐야 할 햄버거 가게지만 또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


이 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불면증의 원인이 되지만

산책 후 마시는 시간 대가 이때뿐이니 할 수 없다

창밖은 퇴근 시간대라 신작로가 분주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행렬이다


상가 너머 아파트가 노을에 젖어 있더니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다

해가 서해 바다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렇게 하루 해가 또 저물고 있지만 세월은 속수무책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도 사나흘 남았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또 울려 퍼질 것이다

운이 좋아 이 노래 한곡 가지고

평생을 먹고사는 행운의 가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 한 구절이 그에게는 평생 밥이 됐다


7시 5분이다

집에 가서 굴국 끓이고 삼겹살 구워 소주 한잔 해야겠다

대파는 굴국에 넣고 깻잎은 삼겹살에 쌈 싸 먹어야지


어둠이 내려앉으니 청승 그만 떨고 집에 가자

내일은 수은주가 0°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패딩 점퍼도 준비하고 극세사 이불도 꺼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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