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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무대책이 대책이면 좋으련만

by 수말스런 여자

"수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자유롭게 이를 실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배의 키를 잡고 힘센 선원들과 함께 있었음에도 물결은 항상 더 거칠었다. 진실로 나는 나 자신의 주인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항상 환경의 지배를 받았다."

난 처음에 이 말을 한 사람이 나처럼 띨띨한 사람인가 했다. 다들 이러고 사나 보다고도 생각했다. 솔직히 위로도 됐다. 그러면서도 이 글이 뿜어내는 내공이 만만치 않다. 절대 그냥저냥 살 것 같지 않을 저력이 흐르지 않은가? 자신의 삶을 깊이 숙고하고 있고, 관계에서 추진력도 느껴지고, 그럼에도 거친 바다와 같은 세상사를 헤쳐나가기는 턱없이 무력한 자신을 보고 있으니.


이 글은 한때 온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나폴레옹 장군이 한 말이라니 의외였다. 한편으론 내 자랑이나 충고보다는 오히려 힘이 있고 울림도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한계에 좌절하면서 살아내는 게 삶인 것 같아서.


어제는 고양시에 사정없이 때려 붓는 빗줄기에 아연실색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얄팍한 나름의 대책은 강구해 봤지만, 결론은 하늘에 내맡기는 무대책이 대책이었다. 잠깐 비가 그치는 막간에도 매미는 노래하듯이, 맛난 커피 타듯이, 오늘도 그런 하루를 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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