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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Nov 28. 2020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를 그리며 1.아이슬란드의 아침 )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 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나고

어느덧 비바람 부는 여름을 넘어

열매 영그는 가을이 되었나 했는데

찬바람 술렁이는 입동이 지났습니다


겨울 재촉하는 찬비가 찾아와

노랑 나뭇잎에 진한 색 덧칠하며

초입서 졸고 있던 겨울을 깨워 놓아

초겨울은 진즉에 가을 끝을 지났나 봅니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파란 구름을 가득이고

넉넉한 이웃들이 깔깔대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성스러운 가을을 보냈습니다


다시 맞이하는 겨울의 초입은

동지를 보내고 난 소설 때문인지

지나는 바람에도 깜짝 놀라

지난해를 곰곰이 되짚어 보고

진즉에 그렸어야 하는 새 살림을

주섬주섬 준비라도 해야 하나 봅니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엊그젠,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

어릴 적 숨결이 깃든 시골집 찾아

하늘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감을 따며

종일토록 당신 곁을 서성였습니다


가슴 깊숙이 숨겨졌던 옛이야기

꼬깃꼬깃한 종잇장처럼 되살아나고

등에 업혀 전해오던 당신의 온기가

흐르는 봇물처럼 전해지는 듯해

흐르는 세월 속에 이 철부지도

어느덧 아비가 되어가나 봅니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풍성하던 나무들 옷을 벗어

지나는 바람에도 쓸쓸히 나뒹굴고

찾아오는 바람마저 한층 서늘해지면

여리되 여린 가슴 수없이 다독이며

당신의 깊은 뜻 수없이 헤아리는 것은

흐르는 세월 속에 이 어린 철부지도

어느덧 어설픈 아비가 되어가나 봅니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을이 떨구고 간 열매 거두며

당신과 같이했던 그 많은 세월이

깊은 가슴을 채우고도 넘쳐 

다시 또 절절히 되살아납니다


오래전 나누고 싶었던 당신의 정을

섣불리 나누지 못하고 간직하여

이제야 가슴 펴고 정 나누며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싶은 것은

세월을 비켜 갈 수 없는 이 철부지도

어설픈 아비가 되어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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