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사람 커피 이야기

커피가 주는 추억(아프리카 나미비아)

by 바람마냥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워진 커피, 어느 동네 어귀에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은 시골과 도시를 떠나 우리 곁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저녁 회식이 끝나면 당연히 들렀던 노래방은 언제부턴가 머뭇거리게 되었고, 스스럼없이 찾아가는 곳이 커피전문점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커피에 관한 오래 전의 생각은 부유한 집에서만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라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이유는 우선은 시골에서 태어나 생활했기에 커피를 만나기도 힘들었을 테고, 이웃에 사는 부유한듯한 집에서 가끔 마시는 것을 구경했을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만났던 커피잔도 신기했고, 커피잔을 받치고 있는 접시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기도 했다. 커피에 대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커피라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우선은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가 그 당시 유행이던 '다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갤러리를 겸한 커피샵

가끔 들르는 다방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어디선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멋진 사내가 장총을 메고 나타날 듯한 음악이 흐르는 곳이었다. 가끔 찾아가는 다방이었지만 다방의 분위기가 취향과 맞지도 않았고, 어딘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에 다방 출입도 사양하고 막걸리 집으로 옮겼기에 커피와는 거리가 더 멀어지고 말았다.


그 후,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내 방식으로만 살 수는 없었기에, 커피와 떨어져서 생활할 수만은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다방에 들르기도 하고, 직장에서 한 잔의 커피를 나누며 일상을 보내기도 했지만, 커피에 대한 맛과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우리 곁으로 성큼 가까이 온 커피는, 소위 봉지 커피라는 것이 나오고 식당 입구에는 언제나 커피 자판기가 등장하게 되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나오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사무실에서도 봉지커피는 언제나 준비되어 수시로 커피와 접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내려 먹는 커피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생리적으로 커피가 몸에 맞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두 잔 이상을 마시면 속이 몹시 불편하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는 날은 잠을 설치게 된다.


친구들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나가 커피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거의 사양하게 된다. 그래도 가끔 커피 생각이 나면 옆의 친구 것을 조금 얻어 마시기도 하고, 아니면 한 잔을 뽑아 조금만 마시고 옆 사람에게 마셔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렇게 조금 마시는 커피도 뜨거운 것을 마시는 것이 불편하기에 넓은 그릇으로 식혀 마시는 것이 대부분인데, 가끔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아내는 그렇게도 마시느냐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우리 생활도 어느 순간부터 커피와 가까워진 모습으로 바뀌고, 우리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면서 커피를 멀리하고는 생활하기가 불편해졌다. 그리고 회식 후에는 당연히 커피전문점을 찾게 되었으니, 메뉴판에 적힌 수많은 커피를 고른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고, 어느 것이 어느 맛인지 알 수도 없다. 할 수없이 옆 사람이 어느 커피를 시키면 나도 같은 것을 달라는 것이 일상적인 주문 방식이 되었다.

문화공간으로의 커피샵

커피집에 갈 때마다 이렇게 주문하는 것도 불편해, 딸아이에게 어느 커피가 아빠 입맛에 맞겠느냐고 물으니 답을 해 주었다. 그 후로는 커피집에 가기만 하면 으레 그 커피를 시키는 것이 되고 말았다. 한 종류의 커피를 계속 마시면서 불편하기도 하고, 커피 주문을 하면서 주저함이 싫어지면서 커피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가끔 들르는 커피숍에서 주문하는 커피가 언제나 동일하게 주문하면서 불편하던 차, 가족들이 동해안으로 여행을 하면서 강릉 해변가에 있는 커피 전문점엘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때다 생각을 하고 이참에 커피에 관한 공부를 해 보고자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의 커피에 관한 글들을 읽어 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고 책을 읽으면서 커피에 관한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자주 만나게 되는 에스프레소부터 시작하여 아메리카노가 어떻게 유래되고 만들어지는가를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상식으로 만들어 나갔다. 커피에 관한 관심과 연구로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커피전문점에서 만나는 메뉴는 한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것이 그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유래가 어떠하고, 이것은 어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커피 메뉴판을 보아도 쑥스러워지는 것이 없어졌다.


우리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커피에 관해 관심을 갖고, 커피는 사치스러운 음료였다는 오래 전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서 지금은 조금씩 커피와 친해지려고 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는 간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누가 물으면 웬만한 커피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어 커피 주문에 대한 스트레스도 어느 순간 잊게 되었다.

아침에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고 나와, 커피집에 들러 시원한 한 잔의 커피를 주문해 마시는 맛은 아침을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음료가 되었다. 이젠, 커피집주인도 눈에 익어 아는 척을 하는 처지가 되면서 커피와 더욱 친숙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 고속도로 휴게소의 옷집 아저씨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것을 깎으려 한다며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을 보고 투덜대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아마 옷을 사면서 몇 천 원도 안 되는 것을 깎아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민들이 만나는 커피값은 부담 없는 값인가를 되뇌게 된다.


동료들과 여행을 하는 길에, 동료가 사준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너무나 양이 많아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뜨거운 많은 양의 커피를 받고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보고 모두는 웃고 말았지만, 한 잔의 커피 양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커피값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커피의 양과 값이 다양하면서 필요에 따라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필요한 양에 따라 돈을 주고 사면되는데, 사업상 안 되는 것인가도 의문이다.


그윽한 커피 향이 풍기는 한적한 집에서, 마음에 드는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는 맛은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운동 후, 한 잔의 시원한 커피가 주는 맛도 잊을 수 없는 맛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 곁으로 깊숙이 자리한 커피는 모든 사람에게 편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오래 전의 커피에 대한 생각은 변해 어느덧 커피가 삶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도 운동을 하고 나와,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이고, 하루의 일과를 설계해 보는 아침은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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