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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05. 2022

내 아버지

(도랑물에 발 담그고)

푸름이 가득 심긴 긴 사각 네모

서둘러 다가선 발걸음엔

푸르른 추석 배추 손을 내밀고 

홀쭉한 가을 상추 마음 흔들어

얼른 품에 안고 숨어든 골짜기


호미자루 친구 삼아 밭이랑 세워

아내 불러내어 배추 세우고

줄줄이 상추모 열 지어 점찍고 나니

온몸이 땀에 젖은 여름날이다


초복에 중복 지난 삼복 여름날이라

더위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삶이지만

어느덧 더위가 힘이 든다니

오래전 내 아버지 눈에 밟힌다


어째서 더위에 힘이 들어야 하고

왜 이리 밥 숟가락에 숨이 가빠야 하는 건지

가버린 여름날엔 고개만 갸웃거렸건만

세월의 덧없는 발걸음 내달으며

넉넉히 알려주는 그 여름날이다


서둘러 바지 걷고 들어선 집 앞 도랑물

시원한 물줄기에 다리 적시고 

푸드덕 땀에 절은 얼굴 씻어내니

내 아버지 풀 지게 세운 저녁나절

홀쭉한 다리 씻는 모습이 보여

한 여름 도랑물에 마음까지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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