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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l 14. 2023

명의를 만날 수는 없을까?

(병원을 나서며, 삶과 죽음의 공존: 갠지스강풍경)

가족 수만큼 가지고 있는 자동차시대, 지금은 디젤차를 타고 있지만 오래전에 휘발유차를 운전했다. 초보운전으로 자동차에 관한 지식도 없던 시절, 어디인지 모르지만 자동차가 불편해 자주 가는 카센터에 들렀다. 시운전을 해봐야 한다기에 키를 건넸더니 30여분의 시운전 끝에 나온 진단은, 엔진을 내려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는 걸린단다. 자동차가 필요한데 차를 두고 가라니 난감했다. 


수리 날짜를 미루어 놓고 우연히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기사에게 자동차 증세를 이야기를 하자 자신이 다니는 카센터를 알려주며 한번 가 보란다. 이튿날 차를 운전해 알려준 카센터에 들렀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점화플러그를 교체하면 된단다. 간단하게 점화플러그를 교체하고, 모든 것은 끝이 났고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졌다.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엊그제 차를 맡겨 놓았다면 어떠했을까? 엔진을 내려놓고 수리는 제대로 하였을까? 수리비는 얼마나 필요했고 또, 고칠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기사는 살아가면서 그런 일이 한 두 곳이냐며 웃는다. 명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명의 아니냐 한다. 어설픈 기사가 엔진을 내리듯이 온갖 검사를 하고 원인도 찾지 못하는 사람이 한둘이냐 한다. 며칠 전 몸의 상태가 이상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어지럼증이 있는 것이다. 누워 있으면 천정이 돌아 일어설 수가 없다. 조금 진정하면 되겠지 하면서 기다려도 조금 호전될 뿐이다. 하루를 기다리며 호전되길 기다렸으나 불편했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병원엘 들렀다. 현기증이 있으니 혹시, 뇌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 신경정신과에 진료를 예약하고 진료실에 들렀다. 무뚝뚝하고도 거만한 의사, 바라보지도 않고 어지럼증의 90%는 귀에 있단다. 이비인후과를 연결해 주겠다며 나가서 기다리란다.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문밖으로 쫓겨났다. 간호사의 안내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이비인후과진료 결과는 이석증으로 판명되었다.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받으며 현기증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틀 후에 다시 진료를 받게 되었다. 현기증이 거의 사라졌으니 이석증이 치료되었음을 알려준다. 정확한 판단과 치료를 받아 고맙다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비인후과에 왔으니 궁금한 사항이 있어 의사에게 문의했다. 귀가 간지러워 귀에 손이 자주 간다고. 짧은 소견(?)으로는 귀를 한 번쯤 진료하며 처방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사는 한 마디 쉼도 없이 내뱉는다. 긁지 않으면 된다고! 


귀를 들이밀며 봐달라고 할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른 문을 열고 병원문을 나오고 말았다. 환자를 바라보지도 않고 의견을 전달하고, 아픈 것은 고쳤지만 퉁명스러운 모습으로 대하는 의사를 보며 오래 전의 카센터 기사가 문득 떠 올랐다. 아픈 곳만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 주면 명의일까? 정확한 진단과 처방만으로도 황송한 명의이기는 하다. 여기에 친절하고 따스한 말 한마디 얹어 주는 명의이면 얼마나 좋을까? 한동안 궁금한 머릿속을 오가는 알 수 없는 명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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