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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l 10. 2023

야,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작은 낚시터 이야기)

일요일 아침, 아내와 운동을 하러 나섰다. 아내는 가느다란 천변을 걷고 나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 오랫동안 해 오던 근력운동을 쉴 수 없어서다. 벌써 체육관엔 운동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아내를 만나러 나왔지만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를 기다리려 천변을 서성이던 중,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냇가엔 다슬기도 많고 고기들이 많아 낚시도 하고 다슬기를 잡기도 한다. 사람은 낚시를 하고, 철새들은 먹이 사냥을 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지나는 길에 백로도 만날 수 있고, 귀여운 오리가족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오래전엔 낚시에 미칠 정도로 낚시터를 들락거렸다. 이젠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나름대로의 맛고 멋이 있는 낚시다. 할아버지는 작은 낚싯대는 한 개, 길이도 짧은 한 칸 반정도다. 저것으로도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화려하지도, 길지도 않은 짧은 낚싯대가 물 위에 그림자를 그려 놓았다. 순식간에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아 올리신다. 붕어 낚시는 할 줄 몰라서 심심풀이로 피라미를 잡는다는 설명이다.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고 싶어 차에 다가가서 깜짝 놀랐다. 할머니와 작은 강아지도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가족이 낚시를 하러 나선 것이다. 차량 뒤편에 허름한 낚시 의자에 앉아 할머니는 밥을 하신다. 어디에 사시냐는 말에 조금은 멀리 사신단다. 가까이에선 피라미 낚시할 곳이 없어 이곳으로 왔다는 설명이다. 낚싯대도 작은 것뿐이라 붕어낚시는 관심이 없고 피라미 낚시만 하신단다. 할아버지는 낚시를 하고, 할머니는 작은 냄비에 아침을 끓이고 있다. 


강아지는 줄에 매어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한 가족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할아버지 가족은 낚시를 오기 전 얼마나 설레었을까? 낚시터는 엄청난 유원지도 아니고, 작은 냇가 주차장 근처에 있는 작은 천변이다. 화려한 낚시터도 아니고 큰 물고기가 잡히는 곳도 아니다. 사람이 붐비는 곳도 아닌 달랑 할아버지 내외와 강아지뿐인 곳이다.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 피라미를 잡으면 얼마를 잡을 것인가? 작은 시냇가에 나와 할머니와 함께하는 할아버지의 피라미 낚시가 왜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낚시의자에 몸을 의지해 낚시찌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아침을 하고 있는 할머니다. 평안할 대로 편안한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위해 불을 지피는 할머니가 앉아 계신다. 한쪽에선 조용한 물이 말없이 흘러간다. 가끔 백로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곳, 이곳엔 하나의 부끄러움도 한치의 꾸밈이 없는 할아버지 가족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야,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진정한 삶의 낚시꾼을 바라보는 길손이 부끄럽기도, 부럽기도 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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