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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l 06. 2023

운동으로 시작하는 아침, 조금은 아쉬워지는 삶이다.

(선선한 아침의 시작)

새벽 창문을 열자 아내는 벌써 운동 중이다. 운동이래야 집 앞 도랑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는 것이다. 한쪽으로는 녹음이 가득하고, 녹음 곁을 지키는 도랑 옆에는 노란 달맞이꽃이 심어져 있다. 지금은 꽃이 많이 졌지만 외지 사람들이 놀라는 동네의 자랑거리다. 언젠가 친구와 막걸리를 한 잔 하는 중이었다. 요즈음 술자리의 대세인 건배사, '누죽걸산'이란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단다. 아내도 도랑 곁 길을 아침부터 걷고 있다.


아내는 열심히 길을 걷고, 일주일에 서너 번 체육관을 찾아간다. 시골이지만 체육관엔 많은 운동기구가 있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 달 회비라야 달랑 10,000원이니 거저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요일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는 편리하고, 체육관 주변으로는 길게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어 걷기에도 좋다. 운동하는 아내보고 같이 가자고 하니 얼른 따라나선다. 


언제나 혼자 운동하는 아내가 보기가 불편했었다. 아내는 천변을 걷고, 나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면 되어서다. 가끔은 같이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각자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챙겼어도 세월은 그냥 두질 않았다. 근력운동과 5km 정도 뛰며, 아내는 산행과 걷기를 하고 있다. 아내를 천변에 내려 주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동 후에 샤워를 하고 아내를 만났다. 언제나 붙임성이 좋은 아내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변에 조성되어 있는 파크골프 코치란다. 오래전에 시도해 본 파크골프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나 보다. 골프장까지 거리가 멀었지만 이곳은 가까우니 해보라 권했다. 아내는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인가 보다. 가끔 산엘 가고, 탁구도 배우며 걷기도 하는 아내다. 언제나 건강에 신경을 쓰지만 먼 세월을 돌고 돌아 온 몸이니 성할 리가 없다. 가끔 허덕이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 속이 상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불편한 몸을 돌봐 줄 수 있을까?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우울하기도 하다. 


오늘 길에 만난 해장국집, 얼른 차를 세웠다. 오랜만에 아침이라도 밖에서 해결하자는 생각에서다. 아내도 싫지 않은 모습으로 들어선 해장국집, 늙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먹는 해장국을 아내도 좋아하는 모습이다. 젊어서는 아프다 소릴 하지 않았지만 세월은 그냥 두질 않았다. 자는 모습이 안쓰럽고 늙어가는 모습이 '익는다'는 노랫말보단 서글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다리도 불편한 듯하고, 허리도 시원치 않은 아내다. 가능한 빨래와 설거지는 해결해 주어도 한계가 있음에 서글퍼지는 요즈음이다. 오는 길에 커피라도 한 잔 사주고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가사에 언제나 능동적인 아내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언제나 쉴틈이 없는 가정 일에 화가 나기도 한다. 둘이 사는데 뭔 할 일이 그리 많다던가? 아내가 좋아하는 전원에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올해도 반이 가 버렸다. 어떻게 하면 불편한 아내를 보살펴 줄 수 있을까?  늙어가는 청춘의 몸뚱이는 오늘도 편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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