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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Nov 22. 2023

시골살이, 이런 맛에 살아갑니다.

(골짜기의 삶)

여느 날과 같이 새벽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동네 입구에 있는 이웃에서 김장을 하느라 부산하다. 이웃들이 품앗이하듯 김장을 하러 다 모인 것이다. 시골살이 재미가 이런데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에게 이웃에서 김장을 하는데 안 가보느냐는 말에 머뭇거린다. 오늘따라 냉장고가 고장 나 고치러 온다하에 시간이 없다한다. 그러면 인사라도 하고 오라는 말을 하고 볼일을 보러 시내로 나서는 길이다.


김장을 하는 이웃집을 지나며 차를 세웠다. 창문을 열고 인사를 하자 한 이웃이 얼른 일어선다. 한 손에 들린 것은 노란 귤이다. 귤을 구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아느냐며 얼른 건네준다. 한입에 넣고 씹는 귤의 맛, 어디서 이런 맛이 나오지? 깜짝 놀라 쳐다보니 다시 한 개를 건네준다. 야, 시골이기에 이런 맛을 보는구나!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늘 느끼는 이웃들의 정이다. 어느 곳에서 이런 맛을 볼 수 있을까? 현관 앞에 검은 봉지가 놓여있다. 농사지은 무가 두어 개가 들어 있다. 가을이 지날 무렵, 검은 봉지 속엔 호박잎이 가득 들어 있다. 서리가 내릴 테니 농사짓는 밭에서 따왔다는 이웃의 설명이다. 가끔 여행을 하면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해 나누어 주는 수밖에 없다. 줄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아침마다 찾아가는 체육관은 재미있는 놀이터다.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동네 사랑방이고 놀이터이며 삶의 현장이다. 체육관 현관을 들어서자 회원들이 손짓을 한다. 커피 한잔하고 운동하란다. 체육관 내에는 언제나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가 있다. 머뭇거리며 들어선 북카페, 견과류와 삶은 계란이 있고 먹음직한 감이 있다. 아침마다 만나는 즐거운 현장이다. 할 수 없이 가끔 커피 한잔으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골살이를 마음껏 즐기는 곳이다.


누가 이런 즐거움을 주고, 어디서 이런 맛을 볼 수 있을까? 가끔은 샌드위치도 등장하고 식혜도 등장한다. 심지어 만두까지 등장하는 체육관의 아침 만찬장이다. 동네에서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체육관에서 아침을 해결할 수도 있는 동네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언제나 시골의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는 동네가 소중하고도 고마울 뿐이다. 마음까지 산뜻해지는 골짜기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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