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붉은빛 단풍 들고
진빨강 코스모스 필 때쯤
모퉁이 돌아가는 세월
부는 바람이 꽁무니 잡으려 해도
어림없다는 것 알아 채린 후
새해가 오리라는 건
나는 벌써 그때 알았다
빨간 고추잠자리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며
푸른 하늘 위서 뱅뱅 노닐 때
모퉁이 돌아가는 세월 서러워
어기적거리는 가을을 보고도
새해가 빨리 오리라는 건
나는 벌써 알았었다
꽁꽁 언 얼음 밑에
맑은 물 흐르며
서둘러 봄노래 부르고
세월 이겨낸 성스런 갈대 잎
서로 몸 비비며 노래할 때도
이미 새해가 올 줄을 알고 있었다
휑한 벌판에 찬 바람 불고
그 바람 타고 눈보라 날릴 때
봄은 서서히 다가오며
대지에 숨을 불어넣으리니
새해는 서서히 다가와
붉은 단풍
빨간 고추잠자리
세월을 이겨낸 갈대 잎
그리고 그 세월을 한데 엮어
오래 전의 추억 속으로 보내고
성스런 새해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