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이하는 마음)
아쉬운 2월이 가고 3월이 왔다. 새해 첫날 새로움보다는 3월이 훨씬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 신정이나 구정은 그냥 휴일과 명절이라는 생각이지만, 3월은 전혀 다른 생각이다. 3월이 새로운 것은 매학년이 다시 시작되고, 때로는 낯선 도시와의 새로운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든 일의 뒤에 서서 바라보는 세월이지만, 아직도 3월은 설레는 달이다.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을 뜯어 표지를 싸고, 새 노트에 교과목을 적던 기분 때문일까? 아니면 교과에 따라 새 참고서를 사고 새 친구를 만나는 설렘이 남아서일까? 3월이 오면 어느 학급에 배정되며 친구는 누가 될 것인가 등, 모든 것이 새로워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가슴속에 남아 있는 설렘은 한참의 세월이 지났어도 그대로임은 아직도 젊음이 조금 남아있었나 보다.
3월 즈음이 되면 언제부터 준비를 해 왔는지 앞뜰 나무에도 조그마한 눈망울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기분이 좋을 만큼 상큼한 바람을 가르고 뒷산 찔레나무도 어느덧 작은 순을 준비하고 있고, 길가 이름 모를 풀도 벌써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둥 언제나 조용하던 도랑에는 돌미나리가 싹을 틔울 준비에 바쁘고 어느덧 하얀 살얼음도 자취를 감추었다.
작은 낙엽에 붙은 하얀 살얼음마저 고운 햇살에 몸을 맡겨 겨울을 털어냈고, 얼음에 엉켜있던 가는 솔잎도 도랑 물 따라 물 위에 맴을 돈다. 뜰 앞 잔디밭엔 이름 모를 잡초가 벌써 푸름을 과시하고, 예쁜 손녀 화단에는 알뿌리 화초가 벌써 싹을 틔우고 있다. 계절의 순환 속에 힘을 잃었는지 눈 같은 눈은 자취를 감추었고 , 꽁꽁 얼던 얼음도 보기 어려워 겨울 없는 골짜기가 되고 말았다.
매화나무에는 꽃망울이 맺혀있고 따사한 햇살이 찾아오면 금방이라도 꽃이 터져 나올 모양이다. 그 밑에 자리한 뜰에는 매몰차게 뜯겨버렸던 돌나물이 파릇한 잎으로 봄임을 알려주고, 텃밭에 남아 있던 시금치는 파란 싹이 돋아 키가 껑충 키웠다. 푸름 없는 산수유엔 어느새 노랑이 얹혀있고, 옆에 앉아 눈치 보던 영산홍도 동그란 몽우리로 봄빛을 즐기고 있다.
3월이 지나면 어느새 햇살이 따스해지고, 서늘한 봄바람이 훈풍으로 바뀌어 앞산에 아지랑이 어른거리는 봄이 익어갈지니, 망울지던 찔레순 넉넉해지고 덩달아 숲은 살을 찌워 봄날은 한없이 풍성해 오는 여름을 준비한다. 봄날은 나날이 달라저 하늘 파랗게 멍이 들고, 나무 이파리 나폴 대며 바람에 일렁일 테니 새달 1월과 아쉬운 2월보단 3월이 훨씬 새롭고 가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