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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y 27. 2024

골짜기의 아침은 찬란하다.

(여름 꽃들의 잔치)

비가 그친 골짜기는 찬란하다. 밤까지 내린 비가 그치고 햇살이 찾아왔다. 자그마한 일본조팝나무에 이슬이 내리고 덩달아 따라온 햇살이 빛남은 눈을 멀게 하기에 충분하다. 눈 말고는 담을 수 없는 그림, 무엇으로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오늘도 맑은 바람을 타고 작은 도랑은 오물오물 아침을 알려준다.


여름 골짜기는 다양한 꽃들로 난리가 났다. 언제나 먼저 손을 흔드는 것은 황금닭국화, 금계국이다. 어찌나 번식력이 좋은지 몇 해 전에 뿌려놓은 씨앗이 아직도 번성 중이다. 뜰 앞에 껑충하게 키를 불려 꽃을 피웠다. 여기에 내린 햇살과 이슬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뜰앞에 핀 금계국

아내는 앞동산에도 꽃씨를 뿌려 놓았다. 아직은 꽃을 준비 중인 앞산 금계국, 작은 자작나무가 몸을 흔든다. 내려온 바람에 따라 한쪽을 보여주는 듯, 갑자기 잎을 흔들어 뒷면을 보여준다. 작은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는 사이 도랑을 따라 핀 황금 낮달맞이가 노랑꽃을 열였다.


노랑의 빛깔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대단한 빛을 발하며 흔드는 모습은 여기가 어디인가 혼돈스럽다. 한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도랑을 따라 노랑빛이 가득이다. 도랑을 건너면 자작나무 밑으로 금계국이 몸을 키우며 꽃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이 더 깊어가면, 노란 금계국이 산자락을 환하게 비추어줄 앞 산이다. 눈 둘 곳을 찾는 사이에 산 식구들도 깨어났다. 참새들이 먹이 찾아 날아들고, 산까치는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간다. 뜬금없는 뻐꾸기는 오늘도 동참이다. 노랑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애기똥풀, 아직도 노랑으로 응수하고 있다. 

황금낮 달맞이꽃

도랑을 따라 양쪽으로 어울리는 노랑, 황금 낮달맞이 꽃과 애기똥풀이다. 여기에 바람이 동참해 어울리는 모습은 여름날의 아름다운 골짜기임을 알려준다. 서서히 바람이 흘러내리면 새벽에 찾아온 이슬이 내려앉고 찬란한 잔디가 빛을 발한다. 작은 거미가 만들어 놓은 설치물에 이슬이 내린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거미줄과 이슬의 어울림, 자연이 만들어준 예술품에 눈이 머문다. 작은 손녀의 화단에도 꽃은 가득이다.


패랭이가 화끈하게 진빨강을 펼쳐 놓았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빨강,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빛깔이다. 잔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패랭이가 붉음은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이, 금낭화의 분홍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여기데 질 수 없는 노랑 기린초도 꽃을 피웠고, 바이덴스가 노랑으로 응수한다. 여기저기에서 꽃이 만발한 골짜기의 아침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다. 

손녀의 화단에 핀, 패랭이 꽃

아내와 서둘러 운동 길에 나섰다. 동구 밖으로 향하는 순간, 하얀 찔레꽃이 몸을 흔든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모를 심어 놓았고 그 위로 찔레나무가 하얀 꽃을 피운 것이다. 오래전 동구밖에서 만났던 추억의 찔레꽃이다. 작은 손으로 찔레순을 꺾어 먹던 시절, 그리움 속의 아름다움이다. 이런 어울림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양쪽 산등성이에 초록이 가득이고 한가운데 논에는 모가 심어져 있다. 어느 농부의 아름다운 발길이 동네를 한층 풍요롭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비탈밭 배추는 몸집을 불려 놓았고, 길가에 개망초도 꽃을 달았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개망초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하양에 노랑이 있는 꽃, 개망초꽃의 빛남이다. 몇 해 전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만나는 산골의 아름다움, 언제나 여행을 머뭇거리게 하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놓고 어디로 여행을 간단 말인가? 더 바랄 것도 없고, 보고 싶은 풍경도 원치 않는 골짜기의 아침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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