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전보다 커져갔지만,
쑥쑥 자라지 않았다.
다니던 병원에서는 특별한 코멘트 없이 출산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길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더는 해줄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남편과 상의 끝에 아예 큰 병원을 출산병원으로 결정했다. 미루던 아기 보험도 가입하고서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새로 만난 의사는 예리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래프 보시면 우리 아기는 좀 작아요. 그런데 이 상태로 일정하게 자라면 원래 작은 아기라서 그런 거라고 보면 돼요."
"그럼 문제없는 건가요?"
"네, 다만 그래프 선을 따라 올라가다 성장세가 꺾이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일정하게 커지는 게 중요한 거죠."
"만약 문제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때는 제가 정밀검사 여부를 결정할 거예요. 그러니까 잘 드시고 잘 쉬시는 게 중요해요."
"운동은 어떻게 할까요?"
"무리하지는 마세요. 또 너무 안 움직이면 나중에 힘들어지니까 적당히 걷는 정도가 좋지 않을까요."
우리는 시선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 적당히가 어려운 법이지.'
아기는 움직임이 좋았던 반면 계속 성장세가 더뎠다. 그 후에도 초음파 검사를 할 때마다 불안했지만 우선은 조금씩 크고 있어서 안도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별로 먹지 못하기도 했고, 스트레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 산전 요가를 다니기로 하자 남편도 임부 요가복을 사주며 응원해줬다. 요가교실에서 평소에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동지들과 대거 대면하자 용기가 났다. 선생님은 우리를 '엄마'라고 칭하며 자세를 봐줬다.
"엄마는 무릎 더 벌리세요."
"엄마는 허리가 더 올라가야 해요."
진땀을 흘렸다.
나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서 급하게 당분과 수분을 보충했다.
남편이 물었다.
"어땠어?"
나는 누워서 대답했다.
"짐볼로 오리걸음을 시키더라고."
"가지 마."
틀림없이 운동부족 때문일 텐데, 며칠간 전신 근육통에 골골대는 나를 보며 남편은 가지 마를 연호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초음파 검사 날,
남편은 화를 냈다.
아기의 성장제가 꺾인 것이었다.
"지난번에 교수님이 무슨 말씀 없으셨어요?"
초음파 검진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아기가 좀 작은 편이라고는 하셨는데."
"그렇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결과 설명을 들으러 가라고 말했다.
주치의인 담당 교수가 초음파 화면을 보며 설명했다.
"우리 아기가 그래프 밖으로 벗어났어요. 다음에 도플러 검사 진행할게요."
"네?"
"우리 아기 성장이 왜 이런지 알아보려면 해야 해요. 초음파로 하는 검사인데요, 아이 심장박동이나 영양공급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의사는 놀란 나의 얼굴을 살폈다.
"걱정은 제가 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또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니까. 잘 쉬고 잘 먹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다음에 다시 봬요."
남편은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게, 더는 그러지 말라고 어둡게 말했다.
"아무 득도 없어.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그냥 우리가 피해를 보는 거라고. 아기가 정말 잘못되면 어쩌려고."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내 행동 때문에 그렇게 돼서는 안 되는데.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결과는 누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나는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고,
오로지 나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현실이 버겁고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