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내 이야기, 이제 그만할게요.

-안물안궁, 침묵을 견디거라.

by 코알라

건강을 위해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나의 수업일은 화요일과 목요일 이렇게 주 2회였는데, 감기에 걸린 조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 조카를 돌보게 되어 지난주 목요일 수업을 선생님께 연락드려 취소했었고, 이번 주 화요일 수업에 간 날이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에게 선생님은 조카는 괜찮은지, 열은 몇 도까지 올라갔었는지, 내수막염이나 다른 질병은 아니었었는지 물어보셨다. 아마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염려되어하신 질문인 듯했다.

여기까진 자연스러운 질문과 자연스러운 대답으로 대화가 물 흐르듯 편히 잘 흘러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요즘 열감기가 유행이라던데, 그래서 아팠나 보네요. 고생하셨겠어요."

"네, 안 그래도 조카가 잠깐 자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열이 더 올라서 너무 당황스럽고 혼자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 자녀가 없거든요. 결혼을 안 해서."


젠장! 또 묻지도 않은 말을 블라블라 내가 얘기해 버렸다. 그냥 당황했었다로 끝내도 될 것을 내입은 왜 멈추지 않고 굳이 저 얘기로까지 흘러가버린 것일까.

강의실로 들어가며 문제만 일으키는 내 입을 톡톡 쳐댔다. 아파도 싸다 싸.


그러지 말자 그렇게 다짐했건만, 이상하게 나는 나에 대해 다 오픈해 버린다. 불필요하게.

잘 모르는 타인과 대화를 나눌 때 1~2초의 침묵도 못 견뎌하는 나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는 병이 있다.

'딱 여기까지'가 잘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남의 말도 '딱 여기까지'로 잘라내지 못하고 겉으론 무지 열심히 듣는 척, 속으론 언제 끝나나 딴생각하며 이중된 마음을 갖는다.



박대리가 약국에 비타민을 사러 간다 하여 따라갔던 적이 있다. 갑자기 시작된 약사 할아버지의 '장의 건강과 유산균의 중요성'에 대한 일장 연설을 10분 이상 듣고만 있었다. 슬쩍 옆으로 눈을 돌리니 박대리도 살짝 동공이 나가 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종족임이 분명하다.

왠지 대화가 끊기면 상대방이 내가 이 대화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자리를 얼른 뜨고 싶어 한다 알아챌까 봐.

왠지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상대방의 말을 끊어버리면 상대방이 무안해할까 봐.

나만 잠자코 있음 된다는 생각, 이 시간만 잘 끝내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종족.


나의 신상을 불필요하게 털거나, 남의 불필요한 정보를 관심 있는 척 열심히 듣고 있거나.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 졌다. 좀... 피곤하달까? 고달프달까?

나 스스로가 만든 피로감과 고달픔을 없애고 싶지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고칠 자신은 없다.

그래서 무엇이든 '나부터' 실천해야 된다고 가르쳤던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나부터 고쳐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침묵을 잠자코 견뎌내 보겠다.

후 하 후 하! 침묵아 덤벼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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