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미안해.
반성문을 쓰듯이 이 글을 쓴다.
윤아~ 아빠가 감정적으로 화내서 미안해.
차분히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침대 헤드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게 재밌어서 계속하는 걸 텐데, 너무 위험해 보여서 하지 말라고 한 거야.
아무리 침대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다칠 수도 있거든. 네가 다칠까 봐, 아빠 마음이 불안했어.
그래도 그것까지는 봐줄 수 있었어. 차분히 얘기하고 계속 알려줄 수 있었어. 물론 가끔 네가 말을 안 들을 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너도 점점 크면서 신체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해.
하지만, 침대 헤드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건 정말 못 봐주겠어. 그 옆엔 서랍장이 있고, 그 위엔 침대 조명등이 있어서 금방이라도 네가 발을 헛디뎌서 그 위로 쓰러질 것 같았어.
그래서 알려주고, 타이르고, 겁도 주고, 협박도 했는데, 넌 신체에 대한 자신감으로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는 걸 즐기면서 심지어 "개구쟁이, 개구쟁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지.
"한번 떨어져 봐야 정신 차리지"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아내가 윤에게 했던 말 습관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말을 뱉고 나니, 예전에 나에게 지적받았던 아내가 복수하듯이 "자기도 똑같이 말한다"며 득달같이 비꼰다.
한창 아이와 실랑이 중이고, 나름 훈육 중인데, 옆에서 끼어들고 내 말을 지적하니,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내 지랄 버튼이 멋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젠 아이에게 내 말이 전혀 안 통할 것 같았다. 난 떨어지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아이와 아내에게 화를 내며 포기했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는 또 끝까지 안 하고 자기에게 넘긴다며 비난을 한다. 난 더 화가 나서 보란 듯이 애한테 감정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침대 헤드를 쿵쿵 치며 "여기에 또 올라갈 거냐"라고 감정적으로 큰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위협했다.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갔다. 아이는 무슨 생각인지 전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또 올라갈 거야"라고 답한다. 더 세게 침대 헤드를 쿵쿵 치며 큰소리를 질러도 아이는 무슨 생각인지 지지 않고 자기 말을 한다. 결국 아내가 개입해 아이를 달래려고 했다. 아내가 보란 듯이 난 아이를 뺏어 강제로 제압해 샤워 후 젖은 머리를 거칠게 말려주었다. 아이는 발버둥 쳤지만 난 아이를 꽉 잡고 머리를 말렸다. 너무 내 감정을 컨트롤 못하고 아이에게 화를 내서 후회가 되고 미안했다. 동시에 참견하는 아내가 밉고 짜증 났다.
이 모든 화는 우선 우리 부부가 서로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나온다. 몸이 피곤하지 않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같은 상황이라도 웃으며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베스트 컨디션을 바랄 수도 없고, 그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반응하고 움직이는 것이 일상생활이다.
평상시에 화가 나면 큰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못나고 찌질해 보였다. 그 모습을 아이에게도 그대로 드러낸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인간이 항상 완벽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않아야 했는데, 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제일 안 좋은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 것이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어땠을까?
화가 났을까? 슬펐을까? 무서웠을까?
윤아~ 정말 아빠가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화가 나더라도 큰소리를 지르며 너를 위협하지 않을게. 난 아빠의 안 좋은 모습을 네가 따라 하고, 나중에 커서 너도 모르게 똑같이 화가 나면 소리 지르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아빠가 큰소리 지르면서 너한테는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아빠도 화가 나더라도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조용히 얘기하도록 노력할게.
우리 딸, 윤아~ 늘 사랑한다.
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야!
그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아이는 전날 밤 일을 잊은 듯이 나에게 안겼다. 난 “화내서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아이를 꼭 안아줬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변명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대뜸 말한다. “아빠도 사람이야” 어젯밤에 아내가 아이를 달래면서 해 준 말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아빠도 사람이지.” 허허. 29개월 아이가 무슨 뜻인 줄 알고 말하는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이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서 머쓱했다.
그리고 그날 퇴근 후 저녁에 아이는 갑자기 침대 헤드를 두드리며 “아빠가 화났지”라고 말하며 내 행동을 따라 했다. 처참한 결과였다. 나의 폭력적인 행동과 강압적인 분위기만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난 놀랐고 또 반성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무섭도록 따라 한다. 내 말, 감정 그리고 내 행동이 아이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통감했다. 완벽히 좋은 부모가 되긴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나쁜 부모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