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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Jun 14. 2021

Lim's Roast Bean

마피아의 비밀장소


오늘은 혼자 점심을 먹었다.

옌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나니.


시간은 12:07


중국집에 들어가기 전에 봐뒀던 커피집으로 갔다.

사진으로 보듯이 바리스타 림의 향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가까이 안을 들여다 보니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림 아저씨는 손님 의자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었다.

순간 망했구나 판단을 하고 돌아서려고 했으나 내 손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메뉴에는 '드립커피'와 '더치커피'가 있었다.

난 '드립커피'를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림 아저씨가 기계로 열심히 뭔가 하더니 드립커피가 나왔다.

우아한 커피잔을 기대 했는데,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에 가득 담겨 나왔다.

공간이 좁아서 종이컵에 든 커피를 가지고 나가야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리스타 림의 하우스엔 개미 한마리 없었다.

무심한 화초가 테이블 옆에 있었고,

중형 사이즈의 녹보수가 따뜻한 에어콘 바람에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난 다시 느긋해져 커피를 조용히 식혀가며 마셨다.

노래도 듣다가, 팟캐스트도 듣다가, 멍 때리다가

창 밖을 보기도 하고, 힐끔힐끔 림아저씨를 보기도 했다.

아저씨는 창 밖을 보며 카운터에 기대고 있고, 난 반대편 벽을 보며 앉아 있었다.

한 참 을 그렇게 어색하게 있었다.


림 아저씨는 배우 김갑수의 느낌을 풍겼다.

머리는 짧고 희끗희끗했고, 마른 편이었다.

약간 작은듯한 차이나자켓을 입고 있었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겉으론 평범하고 허름한 커피숍이지만, 비밀문이 있어 마피아의 은밀한 아지트로 이용되는 장소.

그럴듯한 간판을 달아 놓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급조한 가정용 제품들이다.

냉장고도 가정용, 로스팅기도 가정용 같이 작다.

심지어는 붙박이장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뒤로 통하는 비밀문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림 아저씨는 손님에게 커피를 팔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혼자 멋대로 공상을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12:50

이제 슬슬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다.

 

림 아저씨를 다시 힐끗보니 또 졸고 있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 기대어 졸고 있는 아저씨 머리 위로 트럼펫 부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림아저씨다. 허걱..


예술가 림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삶은 어떨까?

다시 공상의 세계로 빠져볼까 하다가...


시간도 됐고, 때마침 한무리의 중년들이 들어왔다.

중년의 아줌마는 아저씨에게 가게를 소개시켜준 부동산 공인중개사처럼 보였다.

그녀는 연한 커피를 원했고, 아저씨는 해맑게 웃으며 더치커피를 추천했다.

가정용 소형 냉장고에서 더치원액을 꺼내는 림아저씨를 보며 커피숍을 나왔다.


-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이다.

림 아저씨의 세계가 궁금하다.

마피아, 예술가, 베짱이....


오랜만에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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