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과제
<5년 만의 신혼여행>을 읽은 적이 있다. 소설가 ‘장강명’이 쓴 에세이인데, 제목 그대로 그와 아내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보라카이로 3박 5일 신혼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지에서 그가 아내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나도 공감이 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수업을 등록할 때는 그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당장이라도 글쓰기로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부푼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써지지 않았다. 한 문장 만드는 것도 한참 걸렸다. 글쓰기 과제를 하나씩 써보고, 남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가 글을 애매모호하게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아는 동생이 내 블로그 글을 보고 “행님 글은 꼭 ‘시’ 같네예”라고 말했다. ‘내 글이 시처럼 아름다운가, 짜식, 보는 눈은 있구만’ 내심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고 믿지만, 글쓰기 수업에서 몇 번의 피드백을 받고 나니, ‘과연 그런 의미였을까? 괜히 혼자 꼬아서 생각하게 된다. 한 동안 혼란스러웠고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자꾸 보니까 추상적인 단어나 표현들이 조금씩 보였다. 블로그 이웃 중에 나보다 더 추상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가 잘 안 돼서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뭔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스크롤을 확 내려 버리게 된다. 중간, 중간 공감 가는 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횡설수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때가 더 많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난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 마지막 수업만 남겨 두고 있다.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은 땅 속으로 쪼그라들었다. 글쓰기 실력은 그대로이거나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글은 아무나 쓰나?’ 또 의심이 든다. 앞으로 내가 계속 글을 쓰게 될지, 포기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써보려고 한다. 써보면 또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