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상고객을 만드는가?
금요일, 위내시경 검사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오전에 병원 안은 노인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병원은 노인들의 것이었다. 배려와 질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여기저기 불평으로 정신없었다. 그저 노인의 말과 행동들이 곧 법이었다. 난 순서를 기다려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왔다. 식도염이 조금 있다고 했다. 약을 먹고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
토요일, 화분 분갈이 / 고기만두
율마 분갈이를 하기 위해 근처 하우스 농원에 갔다. 자주 가서 안면이 있는 여사장님이 웃으며 반겨 주었다. 분갈이하고 남은 화분에 꽃을 심길 권했다. 아내가 맘에 들어하는 '유리 옵스'를 심었다. 노란색 동그란 꽃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계산을 하는데, 화분 값, 분갈이 값, 흙 값 막 정신없이 계산을 하더니, 33,000원이라고 했고, 난 어정쩡하게 대강 맞는 거 같아서 값을 치르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서 생각해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1~2천 원이 비는 것이다. 머… 흙 값이나 분갈이 값을 화분에 따라 다르게 받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웃는 얼굴의 아줌마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이 집에 내가 다신 가나 봐라.. 퉷’
그리고 이발을 하러 갔다. 깔끔하게 긴 스포츠형으로 잘랐다. 머리를 자르고 출출해서 미용실 옆 허름한 만두집에서 고기만두를 샀다. 10개 3500원이었다. 아줌마는 식은 만두를 다시 찜통을 넣고 증기에 데워서 팔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집에 와서 보니 고기만두 10개를 주문했는데, 김치만두 2개가 섞여 있었다. 아니, 왜??? 평소 같았으면 실수라고 넘겼을 일을 연속으로 당하니, ‘내가 만만한가’ 또 속은 느낌이었다.
일요일, 동네 마트
주말엔 외식을 하는 편이다. 저녁으로 곱창을 먹고, 우연히 근처 마트에 들렀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계산을 하는데 점원이 어떤 봉지를 원하는지 물었다. 난 일반 봉지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분명히 종량제가 아닌 일반 봉지를 받았다. 그런데 영수증에 찍힌 건 재사용 쓰레기봉투 550원이었다. 그래서 점원에게 담은 봉지를 보여주며 이 봉지가 550원이 맞냐고 물으니, 당당히 맞다고 한다. 평소에 가는 마트가 아니라서 여기 봉지는 더 비싼가 하고 그냥 나왔다. 그리고 위 층에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일반 봉지가 550원이라는 게 이상했다. 그래서 다시 마트에 가서 다른 점원에게 물어보니 550원이 아니란다... 다른 점원은 “미안하다”라고 하며 봉지를 바꿔 주었다. 왜? 그 점원은 일반 봉지를 보고 당당히 550원이라고 말했을까? 일하기 싫었던 걸까? 아님 내가 호구로 보였나? 아직도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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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일어난 일들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병원에서 할배들이 한참을 기다렸다며 간호사들에게 개지랄을 해대는 이유가 뭘까?
누가 그들을 게거품 물게 만드는가?
몇 천 원, 몇 백 원으로 왜 서로 실랑이를 벌여야 할까?
사실 이건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보이스 피싱과 같이 코 앞에서 웃으면서 대놓고 사기치고 농락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불신의 사회 속에서 단련된 할배들은 철판 깔고 무대포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
속이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놈이다. 그러면 속은 사람은 착한 사람일까? 사기 치는 인간들한테 오히려 “고맙다”라고 인사하는 내가 등신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그렇게 까칠한 할배가 될 것만 같다. ‘세상은 참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주말 저녁이다.
현명한 아내는 아래 이미지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