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O Jun 14. 2021

평일 오전의 요가원

느긋한 풍경 따윈 없다.

요즘 요가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3, 아직  달도  됐다. 요가를 배우는 이유는 몸을 유연하고, 균형 있게 만들고 싶어서다. 요가를 등록하는 , 요가 아줌마는  남자가 요가를 배우려고 하는지 의심쩍어하며 물었다. “전부 여자들만 있는데 괜찮으세요?” 마치 여자 기숙사에 발을 들여놓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내가 잘못하고 있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같아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는 ‘나마스떼’로 시작했다. “나마스떼”, 나와 상관없을 줄 알았던 인사말을 대놓고 말해 보니 어색하면서도, 요가에 입문한 것이 실감 났다. 요가 원장은 중년 남자다. 대머리인데 뚜껑같이 생긴 니트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도 잘 어울렸지만 ‘그냥 민머리로 있으면 좀 더 요가 수행자스러울 텐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전 시간에 요가를 배우는 사람은 나 빼고 전부 여자들이었다. 나이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보통 중년, 혹은 노년의 여인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요가를 오래 했는지 유연하고 요가 원장이 말하는 동작을 거의 완벽하게 해 냈다. 또 어떤 사람은 동작이 되지 않아 낑낑거리고 있었다. 난 그런 사람들을 곁눈질하며 같이 낑낑거렸다.  

 

요가 원장은 요가가 만병통치이며, 한 가지 동작만으로도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어느 책에 그렇게 쓰여 있다며 연신 썰을 풀었다. 자신도 최근에 허리가 아팠는데 요가를 열심히 했더니 싹 나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던 아줌마가 “요가를 계속하셨는데 허리가 왜 아프데요?”라며 딴지를 걸었다. 원장은 순간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아니 이 아줌마 마가 영업 방해하러 왔나”라고 말하며 아줌마의 농담을 받아쳤다. 잠깐의 썰전에 아줌마들과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원장이 ‘능구렁이’처럼 보였다. 역시 아줌마들을 상대하려면 보통 내공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한 시간을 낑낑거리며 동작을 따라 하니, 땀이 한 바가지 났다. 땀을 흘리고 나니 개운했다. 몸도 가벼워진 것 같았다. 마지막에도 “나마스테”로 인사를 하며 마무리했다. 할머니 한 분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기 옷을 챙기며 서둘렀다. 원장이 “어디 약속 있으시구나?” 물으니, “지금 유치원 방학이라서 손자를 봐주고 있는데, 할아버지랑 교대해줘야 돼”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유치원 방학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눈치였다. 할아버지 밥도 차려 줘야 하고, 손자도 돌봐야 하는데, 또 시간을 내서 요가를 배우는 할머니가 대단해 보였다. ‘이 할머니가 나보다 더 열심히 사네’, 묘하게 자극을 받았다. 나도 분발해야겠다.

 

평일 오전의 요가원은 한없이 느긋할 줄 알았는데, 꽤 치열한 곳이다. 요가 한 동작, 한 동작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원장의 영업활동은 아줌마들과 벌이는 한 판 승부이며, 할머니의 서두름은 삶의 열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식단 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