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hicle, 자동차 그 이상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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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대학교에서 전공(지금 들어도 생소한 교통공학과)을 공부하면서 처음 접했던 단어가 "Vehicle"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단어 그대로 "운송수단" 정도를 의미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친숙한 표현으로는 "탈 것" 혹은 "자동차"로 정의가 된다. 근데 일반적으로 나 혹은 우리에게 있어 자동차는 "Car"에 더 가깝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색하게만 보이는 "Vehicle"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전공을 살리지 못한 점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아쉽지만 그 당시에는 취업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포기를 했다.) 하고 자동차와 관련된 그룹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동차" 자체에 대해 관심이 갔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나에게 있어 자동차는 그저 "Car"로서의 의미를 가졌지 "Vehicle"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랬다고 생각이 난다.

그렇게 자동차에 대해서 관심이 쌓여가던 찰나에,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 있어 꽤 좋은 결정을 했다고 판단되는 "첫 차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 동기는 굉장히 단순했는데, 회사원이 되면 적어도 운전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강력한 어필이 가장 유효했고 또 뭔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나의 모습이, 진짜 어른의 모습에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창문 밖으로 왼 팔을 걸치고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는 그런 모습.

[a. 조카, 정우는 벌써부터 이런 감성이 느껴진다. 리모컨에 맡긴 채, 한 손으로 운전하는 그런 여유와 허세랄까.]

하지만 누구나 다 알듯이, 첫 운전은 두려움의 대상이요. 차를 굳이 왜 샀을까? 후회를 하게 만들었다. 이 말은 그만큼 자동차 운전이 너무나 어려워서 차를 구매한 직후 몇 주는 집 앞에서만 운전을 했을 정도로 어려웠다. 지금은 물론 손과 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지만 그 당시에는 운전 자체가 너무나 무서웠다.




최근 친구와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 있어 자동차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자동차를 사면서 삶의 반경과 그 질이 굉장히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동차에 관심도 많아서 이번에는 현대모터스튜디오에 가서 실컷 자동차 구경을 하고 왔을 정도였다.

[b. 젊은 성공이라는 타이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랜저, 참고로 팔은 안으로 굽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멋있는 차라고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것도 물론 있지만 과감한 도전이 나름 꽤 멋있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이 "왜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 조금 그 돈을 모아서 작은 경차라도 사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만큼 자동차를 타면서 얻은 편익이 꽤 크다는 반증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로드트립을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스키를 타러 가기도, 서핑을 하러 가기도, 맛집이 있다면 당일치기로 가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센치한 금요일 송도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너무나 편했다는 점일 것이다. 적어도 그 당시 20대 중반의 남자들에게는 자동차는 그런 공간의 의미가 있었다.

나만의 공간, 공간 안에서는 어디든 있다는 자유 그리고 여유.

나라는 개인을 무언가 새로운 장소로 인도해줄 것으로써의 수단. "Vehicle".

이때부터는 더 이상 자동차는 "Car"가 아니라 "Vehicle"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게 뭔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그냥 쇳물을 녹여서 판을 만들고 그 판을 적절하게 가공하여 붙여 만든 자동차 그 자체로의 차가 아니라 나를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시켜 줄 수단으로써의 자동차로 그 의미가 바뀐 것이다.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르죠?라는 물음에는 물론 큰 차이는 없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도 있지만 하나의 공간으로써의 자동차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는 꽤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쓰다가 조카의 사진이 갑자기 보여서 쉬어가는 시간으로 넣었는데, 가끔 정우를 이런 스튜디오나 혹은 새로운 공간에 데려가 보는 이유는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미래의 언젠가 본인의 가치관을 정립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지만, 그보다는 즐거워하는 그 모습 자체가 행복할 때가 있다. 귀엽고.

[c.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2층에 가면 체험관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꽤 많으니 꼭 가보세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자동차는 "Vehicle"로서의 공간, 그 자체의 의미가 있음을 써보고 싶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제품 혹은 감가상각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사치품일 수도 있고 또는 생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지원군일 수도 있겠지만 각자 나름의 의미와 그 목적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생활에 있어서도 가깝게 다가올 자동차가 "Vehicle"로써 느껴지기를 바라며.

+ 최근 광고를 통해 보는 자동차에 대한 마케팅은 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이 자동차는 100m를 몇 초에 달리고 또 브레이크는 얼마나 좋은지 밟기만 하면 그대로 멈춘다는 능력으로써 접근을 했다면 요즘은 그랜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차를 가짐으로 인해 생기는 나의 모습 혹은 그 아이덴티티 등을 나타내고자 한다. 그랜저는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젊은"이라는 형용사에 집중을 하는 점이다. 이전의 그랜저는 조금 올드했다면 새로 나온 이 그랜저는 이전 세대의 그랜저가 가지는 네임밸류는 그대로 가지고 가지만 다른 점은 꽤나 젊은 감성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이런 마케팅. (이 점에 대해서는 나름 공감이 가서 그런지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공간의정리 #Vehicle자동차그이상의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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