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살라와 리빙코랄 그리고 그 해 여름.

01-13 Marsala 18-1438

by 고봉수

의학적인 분석도 아닌 그의 '주관적인 느낌'에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근데 그런 상황에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자네도 혼란스럽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네, 그리고 뭔가 눈에 보이는 해결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 걱정은 하지 말게나… 다만, 우리 딸아이를 한 번 만나주길 바라네.”


“음, 만나서 뭘 하면 되는 거죠?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를 알아내는 거라면… 저는 그럴 재주도 그리고 그럴 자신도 없습니다. 회장님.”


“그런 건 아닐세, 나의 직관일 수도 있겠지만 자네가 딸아이를 만나면 뭔가… 그런 결여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네. 아니지…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다네. 그러나 뭔가 자네가 만나야 할 것 같은 확신이 너무나 강하게 든다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직감이라서 미안하네' 라는 사과와 함께.


“알겠습니다. 그러면 만나보겠습니다.”


그 당시에 왜 그런 대답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는지 나 조차도 놀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그건 유의미한 포물선이었다. 나는 그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그래 주겠나? 고맙네, 말도 안 되는 이런 이야기에 응해줘서. 만약에 잘 된다면, 꼭 자네에게 사례를 하고 싶네.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자네 회사와의 계약도 모두 자네의 성과를 기반으로 체결하겠네.”


“사례라면 괜찮습니다. 사양하겠습니다.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회장님이 이야기하신 ‘잘 된다면’ 이라는 가정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되어야’ 잘 된 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자네에게 어떠한 해결을 혹은 그 결과를 달라는 것은 정말로 아닐세, 다만 자네가 딸아이를 만나면 그뿐일세. 내가 ‘잘 된다면’ 이라고 말한 것이 자네에게 부담을 줬다면 미안하군. 하지만 나는 알 것 같네. 딸아이가 자네를 만나기 전과 후의 명확한 차이를. 그런 부분으로의 보상을 이야기한 것이니 너무 개의치는 말게나.”


솔직히 말하면, 금전적인 보상 혹은 그런 계약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마음속에 강한 실감이 상당히 구체적인 위치를 가지며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라는 그런 확신이 나에게도 있었다.


“회장님, 그럼 언제 만나면 되겠습니까? 평일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 돼서 주말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토요일은 어떠세요?”


“알았네, 돌아오는 토요일에 만나는 것으로 준비를 하겠네. 자네의 집 앞으로 오늘과 똑같은 운전기사를 보내도록 하지. 그전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 번호로 연락을 하게나, 언제든지.”

금전적인 부분으로의 보상과 사례라는 말이 차갑게 들린다. A를 통해 적당한 결과인 B를 만들면 C를 주는 그런 교환의 방식이 조금은 차갑게 들린다. A와 B 그리고 C의 사이에서.


필요한 것은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우리는 만나면 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영역이 가지는 '교집합'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나 가깝게 그 영역의 사이를 유지하느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적한 교외를 벗어나 분주한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그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반듯하게 정리된 짙은 네이비 컬러의 세단과 정확성을 몸안에 지닌 운전기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익숙한 나의 공간을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목적과 목표'를 마음속에 지니며 가고 있다. 그런 차이가 이제는 생겼다.


그건, 어쩌면 나와 그녀의 영역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교집합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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