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이케 마리코小池真理子 〔번역〕 소리와 글
대신 노인은 무 간 것에 연어알을 올린 것,
까나리 볶음,
된장을 바른 곤약 등
조금씩 여러 음식들을 주문하고는 맛있게 먹었다.
가끔 동경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하이쿠를 가르칩니다,라고 노인은 말했다.
"수강생은 모두 주부예요. 60대가 가장 많습니다."
"엄청 인기 많겠네요."
여자는 웃으며 물었다.
"그런 분들에게 데이트 신청받거나 그럴 것 같은데요."
말도 안돼요,라고 노인은 말하고
겸연쩍은 지
기침을 했다.
"그런 건, 별로......"
"그런 건, 뭐요?"
"아니, 음... 그만두죠 그 얘기는."
노인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는 화제를 바꿨다.
"방울벌레...... 아니 간탄 소리를 듣고 하이쿠를 짓는다고 하셨죠?"
노인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지었습니다, 몇 개."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참 생명이 짧습니다, 벌레는.
실내에서 기르고 있는데 점점 약해져 가는 울음소리를 듣는 게 마음 아픕니다. 4마리가 3마리가 되고, 또 2마리가 되고... 마지막 한 마리가 숨이 끊어질 때는 가을도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마당에 벌레 무덤 같은 거 만들었어요?"
그런 거,라고 말하며 노인은 엷게 웃었다.
"손자라도 있으면 그렇게 했겠지만 혼자 사는 데요 뭘. 그리고 무엇보다 볼품없는 작은 맨션에 살고 있으니까요. 죽은 벌레는 작은 상자에 넣어 테이프로 둘둘 말아서 목례한 다음 타는 쓰레기 내는 날에 버렸습니다."
옷차림이 깨끗하고 분위기도 단정했기 때문에
혼자 살고 있다는 게 의외였다. 여자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노인은 불쑥 말을 꺼냈다.
"저는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습니다."
카운터 건너편에서는 빨간 세터를 입은 가게 여주인이 술항아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서 비슷한 또래의 남자 손님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유선 방송에서 나오는 트로트가 작은 볼륨으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혼자 있는 편이 훨씬 편하니까요."
그렇습니까, 하고 노인은 말했다.
"저는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딱 한 사람과 요... 첫 눈에 반한 여자와 평생 같이 사는 거, 그게 꿈이었으니까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빈 술잔을 내밀고는 "조금 만"이라고 했다.
"조금 따라 주시겠습니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술병을 들고 따랐다.
노인은 바른 자세로 몸을 앞으로 돌리고는 조금씩 핥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바로 잔이 빈 것 같아서 다시 따라 드렸다.
"아, 미안해요."라고 노인은 말했다.
여자는 주인에게 따뜻한 정종을 한 병 더 주문했다.
노인의 윤기 없는 볼에 살짝 붉은 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관자 부분을 살짝 문지르고는 노인은 후-,하고 짧은 한숨을 쉬었다.
"사라졌습니다."
"네???"
"음... 그러니까 그 사람이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여자는 노인의 옆얼굴을 응시했다.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제게 연락한 것은 가나자와에서였는데 그 뒤로 어디에 갔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노토(能登)의 바다에 뛰어내려서 그대로 시체를 못 찾은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지..... 지금도 알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