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안 착한 둘째 딸 되기!

by 지집아이

#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4화>


"지희야!"

"이모!"

"처제!"

"언니!"


엄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인 날. 지희를 부르는 수많은 호칭이 쉼 없이 울려 퍼진다. 그러면 달려가 심부름꾼이 됐다가, 식기세척기가 됐다가 또, 공부방 선생님이 되는 지희. 이렇게 가족들이 그녀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세 딸 중 가장 무던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올해 마흔하나인 첫째, 언니 '지수'는 고집이 세고, 자신의 기분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내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다. 서른다섯인 셋째, 동생 '지민'은 말이 거칠고 예민하여 남에 대한 배려가 살짝(?) 부족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고집이 세지 않고, 기분을 잘 감추며, 말을 부드럽게 하고 예민하지 않은 둘째, 지희가 자주 불린다.


'뭐 어때, 가족인데.'

'자주 모이는 것도 아니니 귀찮아도 해줄 수 있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지희도 부모님과 언니, 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일 땐 그나마 참을만했다. 하지만, 언니의 결혼으로 형부와 조카 둘(10살 & 7살)이 생기면서 참을성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짜증을 내?"

"예전엔 참 착했는데, 성격이 변했어."

"그때 그 순둥이가 아니야."


이런 말을 들으며 지희는 '아, 그동안 당연하지 않았던 일은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 서운함으로 이어졌고, 조금 더 쌓이자 억울함과 분노로 부풀어올랐다.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참아왔던 건데.

이해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 노력한 건데.


착한 딸, 착한 동생, 착한 언니, 착한 처제, 착한 이모... 순간, 지희는 이 '착한'이라는 단어가 몸서리치게 싫어졌다. 그래서 더 이상 '착하다'는 것에 속아 참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기 싫어졌다.


"나 할 말 있어!"


용기 내어 가족들을 소집한 지희. 그녀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제부터 나 안 착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 만만하게 보지 마! 다들 '지시'하지 말고 '부탁'하라고. 알았지?"


부모님은 웃었고, 언니와 동생은 의아해했으며, 조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 형부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희에게 사과했다.


"처제를 만만하게 본 적 없지만...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는 더 조심할게요."


듣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막상 사과를 받으니 지희는 '괜한 말을 했을 했나?' 살짝 후회가 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생각에 더 당당히 밀고 나가기로 했다.


"네, 형부!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뭐야?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할 말 없어?"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족 모두에게 사과와 다짐을 받아낸 지희. 목표를 달성한 그녀는 이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비록 '안 착한 동생!', '안 착한 언니'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자매들에게 놀림받고 있지만...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