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이런 향기
사실 이건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었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과 환경 속에서 설정된 세팅값을 유지하는 게 몸의 일이다 보니 갑자기 그 상태를 깨뜨리는 일이 벌어지면 몸이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
스윗 마조람의 향기가 가져다주는 깊은 이완, 나의 몸에게 그건 세팅값에 벗어나는 일이었다.
'기본 세팅값이 긴장 상태인데 이완이라니, 이제 내가 죽는 건가? 안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한밤중의 공황장애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몸의 격렬한 저항이었다. 깊은 이완을 경험해본 게 언제였지? 언제부터 이렇게 경직된 채 살아온 거지? 도대체 얼마나 오래되었길래 스윗마조람의 향기가 가져다주는 깊은 이완을 죽음으로 착각하는 거니? 평소에 긴장도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넋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냥 편히 힘을 빼고 있어도 될 것을. 무언가에 열중해 있다가 또 정신을 차려보면 이를 앙 물고 있었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무언가를 할 때, 그 일에 내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내 온몸을 꽉 쥐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몸의 습관, 긴장된 마음이 몸을 긴장시키고, 긴장된 몸이 마음을 더 긴장시키는 악순환. 해야만 하는 것, 거기까지는 꼭 하고 싶은 것들이 내 몸을 꽉 조이고 있었다.
골절이나 염좌로 얼마간 깁스를 하게 되면 깁스를 풀고 나서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윗마조람의 향기가 선사한 경험도 이런 것 같다. 마음의 깁스를 풀고 나서도 한동안은 넘어질까 봐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마조람 오일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다시 마조람 오일을 써봤다. 한밤중이 아닌 한낮에.
내 몸은 원래 딱딱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젤리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