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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그린

이 컬러에 끌리나요?

by Redsmupet
B91 올리브 그린/올리브 그린


바틀명 : 가슴의 여성적 리더십

바틀을 섞으면 나타나는 컬러 : 올리브 그린

기조 : 성령에 대한 신뢰. 삶 자체를 사랑하는 본성 가운데의 낙관적인 희망

확언 : 나는 삶을 신뢰한다. 매 순간 나의 길을 차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희망감을 인정한다.

키워드 : 올리브나무, 대나무, 성배, 성령, 희망, 여신의 지혜, 여성적 리더십, 개방성, 유연성, 용서, 실천적, 쓰디씀, 죄책감, 오-삶이여(O-Live)




[올리브나무는 타는 듯한 열기와 목마른 토양을 견뎌낼 수 있는 나무다. 더 작은 식물들은 시들어 죽을 수도 있는 곳에서 언제나 푸르른 올리브는 눈부신 햇살을 들이마시며 섭씨 40도가 넘는 기온에서도 잘 자란다. 에스파냐에서 시리아까지, 터키에서 튀니지까지 흙먼지 날리는 산비탈에 은초록 올리브 숲이 점점이 퍼져 있다. 올리브나무는 지중해 지역과 서남아시아 지방에서 기적의 나무다. 건조한 땅에서 과일과 잎, 목재, 풍부한 기름을 생산한다.] - 피오나 스태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클


올리브나무처럼 많은 이야기를 가진 나무가 있을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구약성경, 현대 팔레스타인 저항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에서 올리브나무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올리브나무가 전달하는 주된 메시지는 '희망'이다.


당신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제 떠올리는가? 언제 희망을 찾는가? '희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앞일이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바람이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원'이다. 그런데 이 단어에 숨겨진 뜻이 따로 있단다.


"희망이란 말을 구성하고 있는 두 글자 중 ‘희(希)’에 다음과 같은 속뜻이 숨어 있다. 희(希)라는 글자는 점괘를 가리키는 육효(六爻)의 ‘효(爻)’와 수건을 뜻하는 ‘건(巾)’이 합쳐진 글자다. 앞으로의 운수를 알려줄 점괘를 수건이 가리고 있는 형국이므로 점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앞날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 이재운, <우리말 1000가지>, 예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결말에 대한 기대, 이게 희망의 숨겨진 뜻이라니 단어에서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이 위태로움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만약 결말을 컨트롤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면 희망이라는 단어에서 위태로움이 느껴지지는 않겠지.


인생의 쓴맛을 보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도 있을 테고, 바로 지금 온몸으로 쓴맛을 느끼는 중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아직 쓴맛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인생은 많이 썼다. "퉤" 뱉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다. 너무 쓸 때는 내 삶에 다른 맛이 존재하기는 하나 의심스러웠다. 이럴 때 누군가 나에게 '희망'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그냥 희망고문을 하는 몹쓸 사람처럼 여겨졌다.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내 인생에 대해 얼마나 잘 안다고 희망을 얘기하는 거야? 당신이 나 같은 상황이라면 희망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점괘를 가린 수건을 들춰보지 않아도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 이렇게 쓰디쓴데 미래라고 다르겠어?'라고. 절망은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중독성이 강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겐 그랬다. 절망에 빠지는 순간 나는 절망에 중독되었다. 조금 기분이 나아지려 하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나를 절망으로 다시 잡아끌었다. 희망을 가지려고 하면 그건 헛된 꿈이라며 절망의 굴을 더 파고 들어갔다. 중독이라는 건 참 무섭다. 일단 무엇에 건 중독되고 나면 그 상태가 가장 편한 상태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게 오히려 나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내가 중독된 게 '절망'인데도!


중독이 사실은 '도망'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더 쉽게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속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 그게 망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꿈이 되려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쓴 맛'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 아프면 그 아픔을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한다. 그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픔을 느끼기 싫어서 도망가려는 나를 수없이 붙잡아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노력이 쉽지 않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그냥 희망을 외면해버린다.


그런데 삶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끝없이 가라앉다 보면 어느 순간 밑에서 나를 받쳐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그 손이 공을 받아치듯 나를 다시 위로 퉁~ 쳐준다. 살고자 하는 가장 원초적인 생의 욕구, 저 밑바닥에서 나를 받쳐주는 그 손의 정체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저마다의 깊이에 그런 손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지금 끝도 없이 하강 중이라면 그냥 그 흐름에 자신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당신 자신이 느끼는 위태로움이 크다면 안전장치 하나쯤은 꼭 마련해두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신 곁에 사람 하나. 가족이든 친구든 상담가든 그 누구든.


어쩌면 바로 이게 희망인 것 같다. 내 밑바닥 어딘가에는 나를 다시 튀어 올라가게 받쳐주는 손이 있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 나는 희망 속에 숨은 속 뜻 하나를 더 발견한다. 희망은 대가다. 내가 값을 치른 만큼 가질 수 있는 것. 내가 밑으로 하강한 만큼 올라갈 수 있는 것. 그게 희망이 가진 또 하나의 속 뜻인 것 같다. 올리브 열매는 수확하자마자 바로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생올리브에 oleuropein과 기타 페놀성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엄청 쓰다고 한다. 소금이나 식초에 올리브를 푹 담가서 몇 개월을 절여야 우리가 맛본 적 있는 바로 그 올리브의 맛이 난다고 한다. 희망의 맛이 바로 이 올리브 맛을 닮았다. 우리가 인생에서 맛보는 쓴맛은 나무에서 바로 딴 올리브 맛인 거다. 결국 인생의 쓴맛은 희망이 아직 숙성되지 않아서 나는 맛이다.


숙성된 올리브는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다. 특히 심장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다. 인생의 쓴맛이라는 장독에서 숙성된 사람도 올리브처럼 우리 심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긴긴 시간 장독에서 푹 절여지다 마침내 감칠맛을 뿜으며 나타날 때 사람들은 삶이 신뢰할만한 것이라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쓰디쓰던 그의 삶도 그렇다면 나의 삶도 나를 배신하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삶을 신뢰할 때 우리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당장은 쓴맛이 좀 나도 결국은 이게 감칠맛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한 템포 늦출 수 있게 된다. 여유가 생기는 만큼 마음의 공간도 확장된다.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좋을 만큼 공간이 생기면 우리는 꽁꽁 닫아뒀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당신 지금 올리브 그린 컬러가 끌리는가?

당신 삶의 어느 부분에서 지금 쓴 맛이 느껴지는가?

바로 그 부분이 지금 숙성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의 감칠맛이 기대된다!



"상처는 값진 진주로 변화된다. 우리는 상처를 계속 품고 살지만 마치 우리의 참된 본질, 우리의 신성과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값진 보물처럼 상처를 품고 산다. 그리고 우리의 신성에 대해 알 때, 즉 상처 밑바닥에 있는, 아무도 우리에게 상처 입힐 수 없는 내적 공간에 대해 알 때, 우리는 자기를 해치는 낡은 틀에서 자유로워진다." - 안젤름 그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성서와 함께



반드시 숙성을 거쳐야 맛이 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와인처럼요!


파마도 그렇죠? 저는 그 긴긴 시간이 무서워 미용실에 잘 안 간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기다림은 꼭 있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되어야만 오는 버스처럼요.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인생의 황혼을 맞으면 어쩌나 걱정되나요?



걱정 마세요!! 딱 이 만큼 숙성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은 가장 맛있는 올리브 열매를 먹을 수 있어요!



<Photo by 홍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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