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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화이트)

이 컬러에 끌리나요?

by Redsmupet
B54 클리어/클리어


바틀명 : 세라피스베이

바틀을 섞으면 나타나는 컬러 : 클리어

기조 : 고통에 대한 이해. 빛의 힘을 통한 정화.

확언 : 나는 신과의 약속을 상기하면서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본다.

키워드 : 빛, 무지개, 거울, 순수, 명료함, 고통에 대한 이해, 눈물, 강화, 거울, 반영, 완벽주의자




[모로코에서 온 사람에게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사막에 사는 한 부족이 원죄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다. 이브가 에덴동산을 거닐고 있는데 뱀이 다가와 말했다.

“이 사과를 먹어봐.”

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이브는 거절했다. 그러자 뱀이 우겼다.

“먹어보라니까. 그래야 네 남자의 눈에 예뻐 보일 수 있어.”

이브가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에겐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없으니까.”

뱀이 비웃었다.

“정말 그럴까?”

뱀이 믿으려 하지 않는 이브를 데리고 우물이 있는 언덕 꼭대기로 갔다.

“이 우물 안에 그 여자가 있어. 아담이 여기 숨겨두었거든.”

이브가 허리를 굽혀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우물물에 비친 아리따운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즉시 뱀이 권한 사과를 먹었다. 부족 전설에 의하면, 우물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고 더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다시 낙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문학동네


이브는 왜 자신의 모습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 시절에는 거울이 없었으니 자기 모습을 알 길이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브에게는 아담이 있었잖아! 아담이 뱀보다 먼저 이브를 데리고 언덕 위 우물에 갔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브가 우물 안에 비친 아리따운 여자를 보고 아담에게 "이게 누구야?"라고 물을 때 아담이 "바로 너야"라고 말해줬더라면 아담과 이브는 아직도 낙원에 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거울이 있다. 아주 흔하다. 어딜 가나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있는 세상, 이런 세상에 사는 우리는 낙원에서 쫓겨날 일이 없겠네? 거울 속 내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우물물에 비춘 모습쯤이야 별거 아니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우리는 꽤 자주 낙원에서 쫓겨난다. 아니 오랜 시간 낙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당신은 거울을 머리로 보는가, 눈으로 보는가?

눈은 있는 그대로 거울에 비친 당신을 본다. 하지만 머리는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판단한다.


"이게 정말 내 모습이라고? 아니야. 내가 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니야."

"아니야.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리 없어."


나를 보면서 나를 부정한다.

거울을 보면서 닮고 싶은 누군가를 닮지 못한 내 모습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에는 왜 이런 티끌이 있냐며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 하다 보면 또 다른 게 보이고, 또 다른 게 보이고... 끝없이 움직이는 마음속에서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뭐였더라?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지?"


거울을 머리로 보는 순간, 우리는 낙원에서 추방당한다. '고통'이라는 세상으로 들어간다.

Vicky Wall(오라소마의 창시자)은 붓다의 말을 인용해 고통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고통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가질 때 고통받는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고통받는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할 때 고통받는다.]

- Mike Booth with Carl McKnight, <The Aura-Soma Sourcebook : Color Therapy for the Soul>


우리는 이브와 다른 이유로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나라는 걸 몰라서 두려운 게 아니라 그게 나여서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보건교사로 일하던 시절 내 책상 위에는 작은 거울 하나가 있었다. 아이들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앞에 앉을 때마다 내 표정이 어떤지 궁금해서 갖다 놓은 것이었다.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아도 학생을 바라보고 앉으면 내 얼굴이 보이는 각도에 거울을 놓았다. 처음으로 그 거울에 비춘 내 얼굴을 보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학생을 바라보며 돌아앉는 순간 거울에 비친 나의 무표정한 얼굴이 어찌나 무섭던지! 나도 모르게 '헉!'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 얼굴이 이렇게 무서웠나?'


호되게 놀란 다음 거울의 위치를 바꿨다. 처음엔 거울을 그냥 치워버릴까 생각했다. 그 무서운 얼굴을 또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표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보건실에 찾아온 학생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을 보기로 했다.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거울을 보며 한번 씩~ 웃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행위 하나가 별것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작은 거울 하나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치던 나를 알게 해 주었다. 그 모습이 싫다고 도망치지 않은 나는 보건실 안에서도 작은 낙원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냥 거울 하나였는데!


투명하게 반짝이는 클리어 컬러가 끌리는 당신,

혹시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못마땅한 게 있는가? 완벽하지 못한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가?

클리어 컬러 안에는 세상의 모든 빛이 다 들어있다. 클리어 컬러가 끌리는 당신의 내면에도 세상의 모든 빛이 다 들어있다. 당신은 그 모든 빛깔을 완벽하게 다 살아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에 하나의 빛이 반짝일 때만 본래의 색으로 빛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색깔이 무대로 올라갔다면 나머지 색깔은 한데 모아 무대 뒤로 보내는 게 어떨까? 무대 뒤에서 무대를 밝히는 조명이 되어주면 어떨까? 무대 위에 올라간 단 하나의 색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 단 한 명뿐인 주인공에 집중해보자.

그게 고통이든 슬픔이든 혼돈이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이 결국은 당신을 향해 환히 웃을 것이다.



혹시 우리가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아세요?


멋진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투명한 빛에 색을 입히듯이, 물가에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가며 빛을 비춰보세요. 당신도 무지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은 거울로 다른 곳만 보고 있나요?


거울을 돌려 자신을 비춰보세요. 거울 속에서 활짝 웃는 어여쁜 얼굴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당신의 웃음 속에서 무지개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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